이흥배 목사 [신림동교회]
수년 전에 주요 일간지에 ‘회의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겁니까?’라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어느 대기업에서 미국의 토크쇼 중에 하나인 ‘레잇쇼’(Late Show)를 패러디하여 진행한 전략회의는 글로벌 전략을 공유하고 실천 방안을 도출하는 자리였지만 흥미가 있고 주제에 집중하도록 만든 회의가 되었기에 그와 같이 보도되었다. 회의(會議)란 어떤 주제에 대하여 일정한 장소와 일정한 날짜에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의견을 발표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대하여 토론하여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북미 인디언들의 전통적인 회의의 모습은 원의 형태로 둘러앉아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차례대로 발언을 한 뒤, 다시 보충 발언을 하며 의견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직하게 가슴으로 말을 하고, 말할 때는 간략하고 짧게 하며, 다른 사람들이 말할 때는 귀를 열고 경청하는 규칙을 지킨다. 그들은 회의를 하기 전에 먼저 신에게 감사하고, 회의 그 자체가 영적인 행위라고 여기기 때문에 종교의례처럼 반드시 정화의례를 치른다. 정화의례를 통하여 자기 안의 부정적인 생각이나 마음을 정화하고, 영적인 지혜를 활성화시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회의를 통해서 어떤 결정을 하면 그 결정에 순복하고 따른다. 혹시 시간이 지나 잘못된 것이 드러나면 다음 번 회의에서 수정한다. 회의를 마칠 때에도 눈에는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지만 잘 마칠 수 있도록 지켜 주신 신에게 감사드린다. 인디언들은 회의를 신앙의 일부로 이해하여 먼저 신에게 감사하고 마음을 정화하므로 시작한다. 회의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며 마칠 때에도 신에게 감사하고 마친다.
전국의 대의원들, 교회의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우리의 성 총회는 1부 예배와 2부 회의로 구분하여 진행된다. 우리들이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지 못한다면 샤마니즘 신앙에 근거하여 살았던 인디언들보다 무엇이 낫다고 할 수 있는가? 성숙한 회의 문화를 수립하는 일에 앞서 먼저 예배가 회복되어야 한다. 먼저 예배하는 이유는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자 함이다. 예배는 신앙적이어야 하고, 회의는 신앙적이지 않아도 되는 일이 아니다. 예배나 회의나 모두 신앙적이어야 한다.
성숙한 회의 문화를 수립하기 위하여 올바른 회의 매너가 필요하다. 자기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고함을 지르고 인신공격을 하거나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은 올바른 회의 매너가 아니다. 회의에 지각 하지 않기, 도중에 이탈하지 않기, 다른 사람의 발언에 귀 기울이기와 같이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효율적인 회의 진행을 위하여 한 가지 안건에 대한 개인별로 발언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여 시간의 소중함을 서로 지켜주어야 한다. 금년 총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기뻐하는 총회, 정책중심의 총회, 대의원들이 함께 즐거워하는 축제의 총회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