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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구 목사 [등촌제일교회]

어부생활 처음 빈 배로 돌아왔다. 적자가 컸다. 항구에 돌아와 그물을 정리하고 있는데 낮선 사람이 잠깐 배를 빌리자 한다.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내어 주었다. 배에 오르신 그는 뭍에 있는 사람들 향해 한참 말씀을 하셨다.

그날로부터 나는 그분의 제자가 되었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진리였고, 선생님은 병든 자 가난한 자 몸을 파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주셨다.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하며 가르쳤고, 나는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 장모의 난치병도 고쳐주셨고, 수제자 된 나는 그 고마움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랐으나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밤 선생님은 체포되어 가셨다.

영문을 알 수 없어 심문받는 곳에 가보니 불의한 재판이었다. 누명을 씌운 억울한 재판이었다. 무서웠다. 그 자리에서 "나는 저 사람을 모른다. 저렇게 재판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세 번이나 부인하였다. 그리고 밖으로 도망갔다. 미안하고 후회스러웠지만 돌이킬 수 없는 쏟아진 물이었다. 그렇게 선생님 곁을 떠났다.

선생님은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 갚으셨고, 얼마 후 비겁한 배신자인 나를 찾아오셨다. 그리고 평안하라고 하셨다. 며칠 후 또 찾아와 평안하라고 하셨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또 도망쳤다. 고향으로 낙향하여 다시 배에 올랐다.

왜냐하면 인간 밑바닥을 드러낸 내 자신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선을 꿈꾸며 출항하여 밤새 그물을 내렸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마치 바다가 텅 빈 것처럼 보였다.

“실패한 인생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이 생각으로 뭍에 돌아오니 누군가 생선과 떡을 구워놓고 “와서 조반을 먹으라”고 했다.

오늘도 실패한 나는 허기진 배를 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선생님이시다"하는 소리가 들렸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뛰어가서 보니 선생님이셨다.

여기까지 찾아오시다니! 세 번씩이나 부인하고 저주한 배신자를 또 찾아오시다니! 지난 두 번씩 찾아와서 마음에 담지 말고 평안하라고 하셨던 선생님을 외면하고 숨어버린 나를 또 찾아오셨다.

손을 잡고 떡과 생선을 건네주시며 인자한 얼굴에 미소를 띠어 주셨다.

"내가 미리 와서 기다렸다" 하신다.

인상도 쓰지 않으신다.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한 마디 원망도 하지 않으신다.

내 손을 잡으시고 "내가 너를 이리 가운데 내어 놓는 것 같구나!" 하셨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캄캄한 내 인생에 새로운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눈물로 범벅이된 내 얼굴을 닦으시며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28:20) 약속하신다.

사람에게 언제나 필요한 것은 찾아가서 옆에 있어주는 것 아닐까.

함께 있어주는 것.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손 내밀어 잡아 주는 것.

“사랑한다” 말하는 것이 진정 우리가 함께 사는 본질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