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요섭 목사(성결대학교)
현대 사회에서 가정의 문제가 심각해져 가고 있어 이것을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본다. 물론 이에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보지만 그 문제의 핵심에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 같다. 대개 아버지의 존재는 가장으로서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가정의 분위기를 주도하며, 가정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자이다. 그러므로 만일 아버지가 흔들리게 되어 이러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그 가정의 분위기는 물론, 자녀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어 문제 자녀로 만들게 되고, 그 문제 자녀는 결국 문제 아버지가 되고, 또 다시 문제 가정을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교회가 이 문제를 외면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이에 대한 분석과 처방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도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교육받고 아버지가 된 사람은 없으며 아버지 됨에 대한 교육을 어디서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아버지로서의 역할 개념 정립이 안 된 상태에서 결혼하게 된다. 결혼했으니까 부부생활을 하고, 그 결과로 아이를 낳게 되고, 아이를 낳았으니까 아버지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아버지의 아버지 노릇은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 “나는 결코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사람들도 어느새 아버지와 똑같이 닮아버린 자신을 바라보고 놀랄 뿐이다.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자녀와 함께 있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 입장에서 아버지라는 버팀목을 경험하지 못한 자녀는 일반적으로 불안, 공포에 쉽게 노출된다. 아버지가 곁에 있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녀에게는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자녀 곁에 없으면 이는 질병과 같은 것으로서 이를 가족치료에서는 ‘아버지 결핍증’이라고 한다. 이 말은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비덜프가 처음으로 사용한 표현인데 마치 인간의 신체에 ‘비타민 결핍’이 생기면 신체에 이상이 발생하는 것과 같이, 아버지는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요인인데 이것이 부족하면 성장에 이상이 생기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자녀의 성장에 있어서 아버지의 역할은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요소인데 이것을 제공하지 못했을 때 ‘아버지 결핍증’이라는 질병에 걸리게 된다.
현대의 아버지들은 너무 바빠서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 자체가 없기 때문에 대개의 현대 자녀들은 ‘아버지 결핍증’에 걸려있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의 신체적 접촉을 받아보지 못한 아이, 아버지와 놀이를 함께 해보지 못한 아이, 아버지와 여행을 해보지 못한 아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어 보지 못한 아이,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이 바로 아버지 결핍증에 걸린 자녀들이다. 이런 자녀들은 커서 자기를 지지해 주는 버팀목으로서의 아버지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정서적 안정감이 결여되고, 사회 적응력도 떨어진다.
미국에서 가족을 연구하는 벨렌 밀즈 박사는 이런 조사를 했다. “자녀에게는 아버지가 채워주어야 할 자리가 따로 있는데 이것이 보충되지 않으면 결코 균형있는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들은 시험 성적이 낮고, 학업성취 속도도 느리며, 가난해질 확률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5배, 극빈자가 될 확률은 10배나 더 높다는 통계가 있다. 또 성적(性的)으로 문란해지기 쉽고, 여자아이들은 미혼모가 될 확률이 70%나 더 높다고 한다. 지금 미국에는 아버지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3명중 1명꼴이며, 이들은 양친이 있는 가정의 아이들에 비해 5배나 더 가난하게 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버지는 자녀의 동일시 대상이므로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도하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는 아버지, 성경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버지, 봉사하는 것을 보여주는 아버지, 부부가 사랑하는 것을 보여주는 아버지는 훌륭한 아버지라고 평가할만하다. 자녀에게 말로만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아버지가 친히 보여주는 것으로서 훌륭한 교육을 시킬 수 있다. 말보다 더 강력한 교육은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정이 아버지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아 비타민 결핍증처럼 아버지 결핍증에 걸린 자녀들이 없을 때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으며, 우리 사회도 바르게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