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사안수 대상자들이 가장 송하는 성경구절은 무엇일까?
지난 9월 시행된 제41회 목사학력고시에는 기존의 11과목과 함께 성경종합고사가 새롭게 신설됐다. 시험방식은 첫해인 만큼 응시자가 개인적으로 암송한 30구절을 쓰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그렇다면 151명의 목사안수대상자들이 가장 사랑한 성경구절은 무엇이었을까. 목사학력고시위원회의 협조아래 성경종합고사 답안지를 열람, 각 성경구절별로 빈도수를 정리해봤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목사안수대상자들이 가장 애송하는 성경구절 1위는 창세기 1장 1절(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이 차지했다. 모두 91명이 적었으며, 91명 대부분이 창세기 1장 1절을 30구절 중 첫 번째 구절로 선택했다. 한 응시자는 “동기들 간에 ‘가급적 잘 알려져 있는 창세기 1장 1절, 요한복음 3장 16절 등은 피하는 것이 합격에 유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떠돌았지만, 우주의 시작과 인간의 기원, 우리가 믿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의 고백으로 이 성경구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창세기 1장 2절(그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과 3절(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도 24명이 적어내, 14번째 애송하는 성경구절로 뽑혔다.
◇시편 23편·시편 1편 애송= 시편 23편을 포함해 1절~2절(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이 79회로 2위, 시편 1편을 포함해 1절~2절(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이 64회로 3위를 차지했다.
오히려 1,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요한복음 3장 16절(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이 56회로 5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성경구절 대신 다양한 성경구절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4위는 58명이 선택한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의 말씀이 차지했다.
◇눈에 띄는 답안= 어떤 응시자는 자신이 암송한 30구절을 별개의 구절이 아닌, 성경 한 장을 통째로 적어내어 눈길을 끌었다. 잠언 1장 1절(다윗의 아들 이스라엘 왕 솔로몬의 잠언이라)을 시작으로 마지막절인 33절(오직 내 말을 듣는 자는 평안히 살며 재앙의 두려움이 없이 안전하리라)까지 적었다. 또 다른 답안으로는 주기도문(마태복음 6장 9절~13절), 팔복(마태복음 5장 1절~10절), 사랑장(고린도전서 13장 1절~13절), 시편23편(1절~6절)으로만 답안지를 채운 응시생도 있었다.
반대로 마태복음 11장 15절(귀 있는 자는 들을찌어다), 출애굽기 20장 1절(여호와께서 말씀하여 이르시되), 잠언 1장 1절(다윗의 아들 이스라엘 왕 솔로몬의 잠언이라) 등을 앞뒤 성경구절 없이 단편적으로 적은 경우도 있었다. 모든 성경말씀에는 하나님의 뜻이 있고,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성경구절일수 있겠지만, 극히 일부 응시자의 경우에서는 30구절을 채우기 위해 고심한 듯한 흔적으로 보였다.
◇요절중심으로 암송= 이번 성경종합고사 답안지를 분석한 결과, 응시자들이 선택한 성경구절은 300구절(산술적으로는 151명이 30구절씩이면 4,500구절까지도 가능)을 넘지 못했다. 소위 요절로 알려진 성경구절이 많았다. 응시자 대부분이 이번 고사가 30구절이었던 만큼, 별도로 다른 성경을 암송하지 않고 ‘어려서부터 교회 안에서 배워오고 애송했던 성경구절’을 적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경 66권중 오바댜 등 14권은 한 구절도 적은 응시자가 없었다.
지난 9월 30일 열린 합격사정회에서는 변별력을 강화하고 성경에 대한 기초지식을 좀더 쌓게 하기 위해, 암송구절수를 늘리는 방안이 검토됐다. ‘100구절 암송’, ‘문제은행식의 성경요절집을 발행해 그 가운데서 출제된 구절을 적는 방식’ 등으로 성서고사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 폭넓고 다양한 성경구절들을 암송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첫 도입에 의미= 윤종관 목사학력고시위원장은 “성경에 대해 좀더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성경종합고사를 처음으로 도입하게 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151명의 안수대상자 중 소수 응시자만이 근소한 점수로 탈락할 만큼, 대부분의 대상자들이 성경구절을 정확하게 암송하고 있어 고무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성경종합고사 도입은 “학문적 소양을 점검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성경에 대한 지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격점수에 미달한 2명만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다음은 과목별 합격률 수치. △구약주해(93%) △교회사(84%) △교회성장학(47%) △목회학(90%) △설교학(100%) △신약주해(91%) △예배학(95%) △전도학(100%) △조직신학(98%) △헌장(67%) △현대신학(94%) △성경종합고사(99%).
◇개역개정판 사용에 따른 숙제도 남겨= 대부분의 교회들이 개역한글판에서 개역개정판 성경을 사용하게 되면서 혼란을 겪는 것 중의 하나가 ‘주기도문’이다. 성경이 개정판을 발간하게 되면서 주기도문도 함께 개정됐기 때문이다. △성경의 문맥을 매끄럽게 하고 △국어 문법상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사투리는 표준말로 △명사나 대명사의 소유격과 복수형을 가능한 한 분명히 밝히는 등의 원칙에 따라 주기도문도 새롭게 달라졌다. 문제는 어른들은 기존 주기도문을 사용하지만, 주일학생들은 새로운 주기도문으로 암송하면서부터다.
이런 문제가 이번 성경종합고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거의 100%에 가까운 응시자들이 개역개정판이 아닌, 기존의 개역한글판의 본문을 암송해 답안을 작성했다. 어떻게 보면 기성세대에게는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개역개정판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는 일부 혼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입에 붙은 찬송가까지 가사가 바뀌면서 한동안 이런 문제들은 한국교회의 숙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개역한글판과의 병용, 또는 미래를 생각해 과감한 개역개정판으로의 변화, 교단의 성경종합고사에서도 깊이 검토해 봐야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