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정치, 경제, 사회, 국방, 종교 및 개인 생활에 이르기까지 삶의 패턴을 바꾸어 놓았고, 그 결과 우리는 뉴노멀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삶의 패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힘든 나머지 생겨난 신조어가 ‘코로나블루’이다. 이 말은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와 우울한 기분을 뜻하는 ‘블루(blue)’가 합성된 단어로서,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 전반에 우울과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의하면 2020년 2월 6일부터 3월 24일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해 심리상담을 받은 사람이 4,283명에 이를 정도로 예전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필자는 코로나 시대를 사는 크리스천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논하고자 한다.
| 정신건강의 중요성
사람들은 몸이 아플 때 자연스럽게 약국이나 병원을 찾고, 운동을 하는 등 건강관리 차원에서 아낌없이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일에는 몸의 건강을 위해 신경 쓰는 것처럼 하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방치한 결과 정신건강 문제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정신건강은 크게 신경증(neurosis)과 정신증(Psychosis)으로 구분한다. 신경증의 증상은 불안, 우울, 분노, 과민반응 등을 수반하며, 정신증은 현실감각이 떨어져서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이다. 육체의 질병이 다양화되고 있듯이 정신건강의 문제도 이처럼 점점 다양하고 심각해지고 있다.
| 정신건강에 관심 가져야 할 이유
첫째, 하나님께서 인간을 영(靈, spirit), 육(肉, body), 혼(魂, soul)으로 지으셨기 때문이다. 하나님과의 교제를 위해서는 영(spirit)이 건강해야 하고, 일상생활을 위해서는 몸(body)이 건강해야 하듯이,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서는 혼(soul)이 건강해야 하며, 이 세 가지 요인(영, 육, 혼)이 균형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둘째, 성경에는 혼(魂, soul)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건강에 관련된 주제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두려워하지 말라’(마 10:31; 잠 3:25; 사 43:5)고 하거나 ‘노하기를 더디하라’(잠 19:11; 잠 14:29)와 ‘근심하는 것을 뼈를 깎는 것과 같다’(잠 17:22; 잠 15:13)는 말씀은 크리스천의 정신건강에 관련된 교훈이다. 영적인 차원에서 성령이 충만할 때는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으나, 때로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경우는 대개 기질적 문제 혹은 왜곡된 신념이나 트라우마가 원인일 수 있으므로 심리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영성과 정신건강은 상호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교회 가기 전에 부부싸움을 하게 되면, 그날 예배나 설교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반면에 영성에 문제가 있다면 심리 정서적으로뿐 아니라 몸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처럼 영, 육, 혼은 유기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건강한 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몸의 건강과 정신건강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영적으로 침체되면 목회자의 도움을 받고,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아 도움을 구하듯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상담심리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 우울증의 3가지 유형
첫째, 내인성(內因性) 우울증으로 몸 안에 있는 생화학적 혼란이나 호르몬 시스템이나 신경계 손상으로 야기되기 때문에 약물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신병적 우울증은 내인성 우울증의 가장 심각한 형태이다.
둘째, 외인성(外因性) 우울증으로 일상생활의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며, 어떤 상실을 경험했을 때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인 현상이다.
셋째, 신경증적 우울증인데, 오랜 기간 동안 쌓아 올린 삶의 스트레스와 불안에 대한 반응이다. 이는 상실을 건전한 방식으로 슬퍼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이러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만성적이기 때문에 가장 치료하기 어렵다.
| 우울증의 3가지 수준
첫째, 경미한(가벼운) 우울증은 낙심스러운 감정과 다소 처진 기분이 들며, 일시적인 환경에 대한 흥미 상실인데, 신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영적으로 일시적 침체를 겪을 수 있지만 잘 이겨낼 수 있는 상태이다.
둘째, 중도적 우울증으로 위에서 언급한 증상들이 격화되고, 절망감이 훨씬 더 지배적으로 나타난다. 간헐적으로 우는 모습을 보이고, 생각하는 것이 다소 고통스럽고 둔화 된다. 식욕이 떨어지고 잠도 잘 오지 않고 영적으로는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는 경향이 있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꺼려한다.
셋째, 심각한(중증) 우울증으로 극도의 슬픔, 처진 기분, 종종 울음을 터뜨리면서 침울해 지고, 극도의 낙담, 자기 비난, 자기 연민이 나타나고 신체적으로 입맛과 수면에 심각한 혼란이 일어난다. 우울증의 모든 수준마다 영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심각한 경우 약물치료와 심리상담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 우울증의 영적 증상
거의 모든 우울증에는 피곤한 상태가 동반되기 때문에 삶에 대한 의욕이 없는 것이 특징인데, 아치발트 하트(Archibald D, Hart)는 영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두 가지 극단을 취할 수 있다고 한다.
첫째, 우울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이 자신을 버렸다는 왜곡된 생각 때문에 하나님으로부터 점점 멀어져서 신앙생활을 게을리 하게 된다. 이럴 때는 그의 왜곡된 생각을 수정하고, 위기 상황에서 하나님이 함께 하시며 도우시는 분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와 정반대로 영적인 일에 지나치게 열중하기도 한다. 이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절박한 시도로, 신앙생활에 광적으로 몰두하기도 한다. 이는 우울증에서 오는 죄책감을 느끼는 것에 대한 보상심리이다. 불행하게도 이와 같은 지나친 몰두가 항상 건전한 것은 아니다. 목회자는 이러한 것을 분별해서 대처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 우울증을 극복하는 7단계
상실(건강, 재물, 실직, 사랑하는 사람, 대면 예배, 친교 등)은 우울증의 주요한 원인 중에 하나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다양한 상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실에서 오는 우울을 어떻게 극복할까?
1단계: 상실 자체를 수용하는 것이 우울증 극복의 첫 단추이다. 상실을 인정할 때에 현실에 적응할 방안을 찾게 된다.
2단계: 상실로 인한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상실은 슬픔과 분노와 우울 혹은 불안과 같은 감정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3단계: 상실로 인한 슬픈 감정을 건강하게 표출하는 애도 과정이 필요하다. 상실로 인한 부정적 감정을 억압하는 것은 더 우울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원인이 된다.
4단계: 상실의 원인을 자기에게 돌려서 자책하거나 자기를 비난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오히려 상실로 힘들어하는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
5단계: 상실이 주는 의미를 깨닫고, 상실을 하나님의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든 일에는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상실을 부정적으로만 보면 자신을 우울에 갇히게 만든다.
6단계: 과거의 상실감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상실을 대체할 수 있는 가치 지향적 행동(신앙생활, 취미생활, 의미 있고 보람된 일 등)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실로 인한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중독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7단계: 상실을 대처해 나가는 자신과 상실에 대한 유연한 대처를 통해 성장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은 극심한 상실감을 겪었어도 오히려 감사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단계에 이르게 된다.
| 정신건강을 위한 목회돌봄
목회자가 코로나19로 인해 심리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는 성도를 돌보는 것은 중요한 목회 돌봄의 영역 중의 하나이다. 로우(Louw, 1998)는 목회돌봄은 영혼의 완치(cura animarum)를 위해 영적인 보살핌 뿐 아니라, 성도의 모든 정신-육체적, 정신-사회적 차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즉 목회자의 목회돌봄은 성도들의 육체적, 감정적, 지적, 영적 차원 등 전인적인 면을 돌보는 사역이 되어야 한다.
몸이 아픈 성도가 병원에서 의학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을 때 목회자가 그들의 완치를 위해 기도하듯이, 정신건강의 문제로 힘들어 하는 성도들을 위해서 중보기도를 하면서 권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중등도 이상의 심각한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성도는 한 두 번의 상담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목회자가 상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럴 경우는 기독교상담전문가에게 상담을 의뢰하여 협력적 체계를 활용하는 것이 목회자 자신과 성도를 위해서도 바람직 할 것이다.
박기영 목사 [성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