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박용철 목사 [거제참좋은교회 ]

어릴 적 하던 놀이 중에 ‘방석 뺏기’ 놀이가 있었다. 그 놀이는 둘러선 인원 보다 한 개 적은 방석을 앞에 두고 그것을 중심으로 돌며 노래하다 호각을 불면 방석 앞으로 뛰어가 앉았다. 그러다 한명씩 떨어지고 끝까지 남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그때는 철이 없어 재미로만 여겼지만 지금 문득 생각해 보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바로 그 방석 뺏기를 하는 현장이란 생각이 든다. 치열한 경쟁 가운데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 이긴 자라 여기는 사람들의 교만과 승리의 여유 그리고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분노와 좌절이다.

이런 세상 가운데서 한 줄기 관심을 끌며 존경을 받는 이들이 있다.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릴만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 자릴 포기하고 약자 편에 서서 권력 있고 가진 자들을 향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렇게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던 사람들이 나중에 그 사람들보다 더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고 밝혀질 때면 사람들은 더 깊은 좌절과 그를 향한 분노를 느낀다.

항간에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장관 추천을 받은 한 교수의 이야기도 바로 이런 류가 아닐까. 고상한 척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상을 가리켜 스노비즘(snobbism)이라 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강연들이 있다. 8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인기리에 진행 중인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와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등이다. 새로운 지식의 습득이나 강연 기법 등을 배우기 위해 이 강연들을 들어보다가 ‘아 요즘 사람들의 마음이 참 많이 아프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 트렌드는 인문학으로의 회귀와 상처 받은 사람의 마음을 만져 주는 심리학이 중요해 지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깊은 의문도 생겼다. 아니 저런 내용들 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내적 치유’에 관한 연구와 전달이 기독교를 중심으로 먼저 일어났고 다루어 졌는데 왜 그때는 기독교내에서만 반향을 일으켰고 대중화 되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다 다음의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공감의 차이였다. 공감이란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이다. 베스트셀러가 된 「당신이 옳다」의 저자이면서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은 병원 진료실에서의 15년을 벗어나 그 이후 15년 동안 거리의 치유자로서 1만2천명의 사람들을 만난 후에야 비로소 공감을 주제로 한 적정심리학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계속해서 정신적 치유가 꼭 병원에 가야만 하는 것이 아닌 집에서 끓인 된장으로 우리 건강이 유지 되듯 우리가 상대방을 공감하기만 하면 자연적 치유가 일어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목사로서의 설교를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 내가 설교를 어려워하고 있는 이유도, 성도들의 삶에 설교가 깊이 있게 녹아들지 못하는 이유도 그들의 삶과 공감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목사로서 내가 너무 고상한 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을 본문 중심과 그 의미 전달에만 관심을 두었던 것은 아닐까? 예수님은 그 당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연의 이야기로 쉽게 설교하지 않았던가? 요즘은 설교를 쉽게 성도들의 눈높이로 가져가고자 애쓴다. 그리고 설교자의 고상함을 빼고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나누려고 한다. 서로 공감하는 설교가 쉽지만은 않지만 설교자와 청중 모두를 편안케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