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평신도를 말한다?

올해로 직장 5년차인 한정수씨(32·가명)가 십일조를 내기 시작한 것은 불과 6개월 전이다. 장로이신 아버지의 권유에 못이겨 시작하기는 했지만 그는 “굳이 십분의 일이라는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을까? 내는 정성을 보시는 것이지 액수가 뭐 중요할까!”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일정액을 정해 십일조를 바친다. 

직장 생활 8년차인 안방환(35·가명) 집사는 십일조의 근거를 각종 수당을 제외한 본봉으로 삼고 있다. 본봉은 통장으로 들어오지만 수당은 그때그때 현금으로 받기 때문에 월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세금을 제외한 부분에서 십일조를 낸다는 친구보다는 자신이 낫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전평근(40·가명) 집사는 십분의 일이라는 십일조의 원칙을 정확히 지키기는 하지만 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10년 전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보다 전문직으로 바꾼 지금 월급 액수가 세 배 가량 늘어났기 때문이다.

십일조, 의외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부담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전 집사처럼 월급이 많아질 수록 십일조의 액수도 커져 아깝다는 마음이 든다고 토로한다. 결국 앞에 예로 든 한씨 처럼 ‘십일조’가 아니라 자신이 정한 ‘적정 수준’을 십일조처럼 내는 경우, 안 집사처럼 수당을 제외한 금액에서 십일조를 내는 경우도 생긴다. 또 십일조 폐지를 주장하는 신학자와 목회자들의 의견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먼저 십일조가 무엇인가부터 짚고 넘어가자. 십일조는 ‘하나님이 나의 주되심’을 인정하며 드리는 감사의 예물이며(창14:18~20), 가난한 자를 위해 소유를 나누게 하는 하나님의 방법이다. 결국 감사는 없고 의무감으로 드리는 한씨, 안 집사, 전 집사의 십일조는 모두 온전하지 못한것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배경은 교회가 십일조에 대한 바른 교육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정문 목사는 “단순히 십일조를 잘 내면 ‘복’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는 식의 교육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해 자원하여 드릴 수 있도록 십일조의 정신과 십일조를 드리는 마음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도들이 십일조 내는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이유에 대해 총회 평신도국의 조기현 목사는 “물질에 대한 욕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헌금관, 물질관에 대한 바른 교육을 받지 못한 이유도 크다. 물질의 많고 적음을 하나님의 복과 연결시키는 기복신앙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물질에 대해 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는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재물에 대한 교육도 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재물에 대한 주권이 하나님께 있고, 우리는 하나님께로부터 재물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청지기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청지기가 주인의 것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십일조에 대한 교육은 또 가정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부모들이 돈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교회에서 빨리 권사나 장로가 되려면 십일조 생활을 잘 해야 한다”며 십일조를 교회의 직분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지내는 교인들도 있다.
이러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자녀들에게 십일조는 여전히 벌을 받지 않기 위한 방패막이요 감사가 아닌 의무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성경은 십일조가 온전해야 한다고 가르친다(말4:10). ‘온전함’이란 10분의 1이라는 수치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청지기로서 하나님의 것을 돌려드리는 마음, 그리고 가난한 이웃과 나누려는 기쁜 마음이 있어야한다. 기쁜 마음이 정직한 십일조를 드릴 수 있는 출발점인 것이다. 이제는 교회가 그 기쁨을 회복시켜 주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