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목사(온누리교회)
사실 뚜렷한 마음의 결정 없이 이번 훈련에 지원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해에는 훈련기간을 제 때맞출 수 없어서 결국 올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한 주간의 국내훈련을 마치고 3명의 인원이 해외훈련에 참석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시 제 안에 “그럼 그렇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훈련생 본인들의 해외훈련에 대한 부족한 인식들, 섬기는 개교회의 무관심. 그러한 것들이 저희에게는 또 다른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그 시간부터 주님께서는 눈에 보이는 상황이 전부가 아닌 것에 대하여 가르치기 시작하셨습니다. 비록 3명의 인원이었지만 계획된 일정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3명은 하루, 하루 놀라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필리핀이라는 선교사역의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저희에게는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4주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너무 좋은 시간들이었기에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것 갔습니다. 강의를 통해 이론교육이 이루어졌고, 그 이론을 가지고 현장에 나아가 실습할 수 있는 것이 이번 해외훈련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의 부족으로 그러한 훈련이 충실히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강의시간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선교에 대한 저의 지식과 경험을 성경적인 원리를 통해 정리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같은 사역이라 할지라도 보다 다양한 접근방법을 통해 다양한 사역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다른 교단 및 선교단체들과 협력사역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도전은 선교지에서의 사역 역시 ‘예배와 기도’가 중심이 되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현대의 교회가 프로그램 위주의 사역을 지양하고 말씀 중심의 사역을 지향해야 하는 것처럼 선교에 있어서도 사역(일)중심의 사고는 선교사는 물론 선교현지의 영혼들까지 힘들게 할 수 도 있다는 것을 보고 듣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필리핀에서 해외훈련이 이루어지고 있을 즈음 한국에서는 동계올림픽의 열기가 한창이었던 모양입니다. 어려움 속에 선수생활을 해야 했던 선배들은 현재 훌륭한 결과를 이루어 낸 후배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 부분에서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이 개척자의 마음입니다.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걸어간 나의 발자취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 라는 말이 생각나는 부분이었습니다. 성경속의 믿음의 선배들이 그러한 삶을 살았고 많은 선배 선교사님들이 그러한 삶을 살고 계신 것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그런 ‘개척자의 마음’으로 앞으로의 사역을 계획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훈련 기간 여러 선교사님들이 “선교사는 늘 배우는 자의 자세로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결같이 조언해 주셨습니다.
4주간의 해외훈련은 처음이라 부족한 사항들이 많아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후배들을 향한 사랑을 표현해 주셨던 훈련원 원장님과 부원장님, 4주간의 훈련 기간 동안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오셨던 선교국장님, 헤어지며 돌아서면 반드시 어디에선가 만날 것이라며 아쉬움을 달래셨던 IMTC 두 분의 선교사님들, 그리고 마음껏 도와주지 못한 것을 늘 아쉬워 하셨던 담임목사님과 교회 성도님들. 그러고 보니 이미 예수님을 닮아 있는 많은 선배님들의 크신 사랑을 실감하게 됩니다.
하나님 앞에 떳떳한 사람으로, 사랑해 주신 많은 분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무엇보다 주님을 위해 내 마지막까지 드릴 수 있는 선교사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