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우 목사 [독일교회]
로마 교회 안에 고기를 먹어도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 로마는 우상을 섬기는 나라였기에 정육점 주인들이 고기를 잡으면 먼저 우상에게 바치고 시장에 내다 팔았다.
따라서 거의 모든 고기는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이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고기를 전혀 먹지 않고 채소만 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것이 잘 믿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예수님의 말씀처럼 하나님께서 주시는 모든 음식은 속된 것이 없기에 바른 마음으로 바르게 먹으면 유익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유치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앙에 있어서 본질적인 문제도 아닌 것을 가지고 심각하게 다투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왜 그런 문제를 가지고 다투었을까? 하나님을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그리고 바르게 믿겠다는 열정 때문이었다. 고기를 먹는 사람도 하나님 때문에 먹었고, 먹지 않는 사람도 하나님 때문에 먹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님을 잘 믿는 것이었다.
옛날에는 학교에서, 군대에서, 혹은 직장에서 크리스천들이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해서 억울한 일이나 불이익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술은 마시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술 마시는 게 죄인가를 묻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절대적인 신앙의 기준인 양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했는데, 그것이 신앙생활의 본질은 아니다 싶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그것이 신앙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심스럽지만 그런 것은 개인의 신앙적 자유에 속한 것이지 율법적으로 강제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그리스도인임을 세상에 드러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들임을 세상에 나타내는 것은 본질적이고 심각한 문제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 교회가 침묵하고 있다.
오늘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세속에 물들지 않고, 믿음을 지키며 살기 위한 어떤 결단이나 희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들임을 드러내기 위해 어떤 희생을 하고 있을까? 이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의 주인이심을 증거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나? 아무리 세상의 힘이 강해 보여도 그 가운데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우리가 그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고 있음을 보일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그리스도인은 포기한 것이 있어야 한다. 세상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야 살아있는 교회다. 이것은 교회가 법으로 정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니엘이 뜻을 정하여 왕의 음식과 포도주를 거부했던 것처럼, 성도 각자가 삶의 자리에서 뜻을 정하여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들임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보잘것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다. 쓸데없는 일이라 말할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한다고 세상이 달라질 것 같냐고 말할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을 정해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임을, 하나님께서 우리를 다스리심을 세상에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한 저항이 우리의 삶 가운데 있어야 한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우리가 살아있음을 희생과 절제를 통해 보인다면 그것이 곧 하나님의 주되심을 드러내는 길일 것이다.
크리스천 의사들에게서, 기독교 신앙의 토대 위에 세워진 대학의 병원에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생명을 다루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기로 뜻을 세웠다고 하는 이야기가 들려오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