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목사(남부교회)
믿음의 조상하면 우선 우리는 아브라함을 떠올리게 됩니다. 창세기 12장 1절에서 본토와 친척과 아비 집을 떠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한 아브라함은 우리 신앙의 좋은 본보기가 되는 사람일 것입니다.
떠나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그로 하여금 삶의 근거를 바꾸어, 그 동안 삶의 영향을 주었던 과거의 영향력에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바라는 안목을 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즉 모든 것을 떠나라는 명령은 포기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의 포기는 단순한 희생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축복을 위한 예비된 떠남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에게 복이 되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새로운 나라, 하나님의 나라를 우리의 나라로 삼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관으로 수용하는 것입니다.
히브리서 11장 8절에서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라는 말씀으로 인하여 일반적으로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그래 맞았어! 나는 그 축복의 땅으로 가야 해 라고 하며, 즉각적인 순종을 한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러나 성경을 찬찬히 읽다 보면 아브라함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됩니다.
창세기 11장 31절에 의하면 아브라함은 갈대아 우르에서 떠나서 약속의 땅으로 직접 가지 않고, 하란에 한동안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75세가 되던 해, 하란에서 떠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도행전 7장 4절 이하에『아브라함이 갈대아 사람의 땅을 떠나 하란에 거하다가 그의 아버지가 죽으매 하나님이 그를 거기서 너희 지금 사는 이 땅으로 옮기셨느니라』고 한 것을 보면, 아마도 그가 그곳에서 일정 기간 지체한 것은 아버지 데라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말씀은 『너 혼자 먼저 떠나라』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떠날 때 아버지는 물론이요, 조카 롯까지 동행한 것을 보면 아브라함은 우리는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령을 온전하게 순종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온전한 순종의 자리에 도달하기 까지는 치열한 고뇌와 갈등의 과정이 있었음을 짐작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감사한 것은 아브라함의 순종이 온전한 순종이 아닌, 불완전한 순종, 부분적인 순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그 중간 과정을 생략합니다. 그리고 믿음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히브리서 11장에서 그는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였다고 말씀합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한 가지 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믿음이 결코 온전한 것은 아니지만 믿음의 첫 걸음 그리고 순종의 첫 걸음을 소중하게 보신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곧 은혜입니다. 아브라함의 위대한 축복은 불완전하게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온전치 못한 첫 걸음의 순종에서부터 그의 축복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2009년도가 지났습니다. 믿음으로 살지 못하고 방황하는 한 해가 되었다면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바라보며, 이제 2010 출발선에서 포기할 것은 포기함으로 새로운 축복을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비록 불완전할지라도 주님 바라보며, 믿음의 첫 걸음을 자신 있게 내딛으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도우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