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주일은 인류역사상 최대, 최고의 ‘사건’인 부활절이다. 기나긴 사순절을 보내고 고난주간 끝에 맞는 절기이기에 부활절이 더욱 감격스럽다. 사순절이 절제로 자신을 비우는 기간이라면 부활절은 영원한 생명으로 마음을 채우고 부활의 사실을 만방에 널리 알리는 절기이다.
예수님께서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신 부활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 죽음으로부터의 생명, 절망으로부터의 희망, 그리고 죄와 사망으로부터의 해방이 현대인들에게 던져주는 부활의 메시지이다. 전 세계 교회가 인종과 문화를 초월하여 부활절을 지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예수님의 부활사건은 역사의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일어난 실제적인 사건이다. 결코 신화가 아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환상이나 영적 현현이 아니라 육체로 부활하셨다. 예수님은 역사를 초월해 영원 전부터 영원히 계시는 로고스이시다.
말씀이 구원을 위해 육신을 입고 역사 속에 오셔서 역사 속에서 사시고, 역사 속에서 죽으시고, 역사 속에서 부활하시고, 역사 속에서 승천하셔서 지금도 역사를 주관하고 계시며, 때가 되면 약속하신 대로 역사 속에 다시 오실 것이다. 그러므로 부활은 역사속의 사건이지만, 또 역사 밖의 영원한 사건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의 소망인 부활은 단순히 이 땅의 유한한 시간과 유한한 공간속에서 찾는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원한 실존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종말론적 부활이어야 한다.
십자가에는 자신을 철저히 낮추시고 인류를 위해 쏟아 부은 예수님의 고통어린 사랑이 담겨져 있다. 불신과 불의를 뛰어넘어 정의와 사랑이 강같이 흐르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부활의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의 사명이다. 뿐만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하셨다. 당시에 상대적으로 소외당한 채 절망을 안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던 곳이 갈릴리 지역이다. 이 말씀에는 소외감을 가지고 힘겹게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을 부활신앙의 공동체인 교회가 돌아보아야 한다는 함축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고 가르치지 않으셨는가! 그러므로 교회 안에서만 즐거워하고 축하하는 부활절이 아니라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에서 죄와 사망에 억눌린 사람들에게 생명이,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치유의 은총이 가득한 부활절이 되게 하자.
그리고 이 복된 부활의 사실을 아는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해주자. 인본주의 사상과 물질만능의 덫에 걸려 멸망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활의 기쁜 소식을 알려주는 부활절이 되게 하자.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오셔서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의 증인이 되라고 하신 말씀에 따라 총회적으로 부활절까지 실시하였던 전도운동을 계속 전개해가야 하겠다. 인류 최고, 최대 사건인 부활의 복음을 온 누리에 계속 퍼져가게 하고 부활절을 맞은 모든 교회와 성도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연약한 믿음이 굳세어지며 잃어버렸던 소망을 회복할 뿐 아니라 세상에 희망과 용기를 선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