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의 사전적 의미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태어남”, “인간을 구제하기 위하여 사람인 예수 그리스도로서 세상에 태어나다”이다. 베드로는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나니 천하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고 분명히 외쳤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몸을 입으시고 이 세상에 오신 사건은 인류역사의 최대의 사건이요 절망뿐인 인류에게 구원의 소망을 주신 사건이다. 이 성육신의 성탄절을 맞아 다시 한 번 그리스도의 성육신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정신과 의미를 성도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성탄절은 파수꾼의 아침의 노래이며 소망을 기다리는 때이다
★ 절기의 이해
성탄절을 가장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한다면 추수감사절의 ‘감사’를 잘 실천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 대해 묻게 될 것이다. 추수감사절 때 흠뻑 간직했던 감사는 대강절로 이어져야 한다. 대강절의 초점은 ‘회개’이다. 마음의 준비 없이 주님을 맞이할 수 없고, 준비는 철저한 회개에서 시작된다. 회개가 깊어지면 자연히 총체적인 구원의 ‘소망’으로 이어지게 된다. 인류 최고의 소망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러므로 우리의 소망은 예수 그리스도의 출현하심에 달려있다. 성탄절은 교회력으로 볼 때 마지막 절기이지만 사실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다. 성탄절을 시작으로 우리의 과거를 잊고 주님과 함께 새로 출발하며 신년을 맞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년의 의미는 ‘시작’이다. 우리는 감사로부터 회개와 소망으로, 그리고 시작으로 절기를 이해하며 설교하고, 기도하면서, 목회 계획들을 세울 수 있겠다.
★ 성탄의 정신
성탄의 정신 하나, 빛을 전한다. 어쩌면 지금은 국가,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 가정까지 총제적인 위기의 때이며, 앞날을 볼 수 없는 어두운 때이리라. 세상은 파수꾼들에게 묻는다. “파수꾼이여 밤이 어떻게 되었느냐?”(이사야 21:11). 파수꾼이 대답하길 “아침이 오나니 밤도 오리라”(12절). 지금은 칠흑같이 어두운 때이나 아침이 올 것이다. 성탄절은 이처럼 아침의 노래이며 소망을 기다리는 때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기전 유대는 가장 어두운 역사를 지나고 있었다.
로마제국의 압제와 헤롯왕의 폭정, 종교는 타락하고 백성들을 위로할 선지자는 없었다. 참으로 그 시대의 밤은 어둡고 깜깜했다. 그러나 바로 그런 때에 주님은 세상의 빛으로 이 땅에 오셨다. 모두가 절망하고, 낙심하고, 괴로워할지라도 교회는 세상을 품고 주님의 빛을 전하는 것이 최고의 사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탄의 정신 둘, 낮아짐이다. 주님이 탄생하신 것은 왕으로 오신 것이 아니고, 부잣집 귀한 아들로 오신 것이 아니었다. 세상을 호령하는 용맹한 로마군인의 가정에서 나신 것도 아니었다. 마구간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시지 않았는가? 이것은 주님의 철저한 낮아짐이시다. 그동안 교회가 높아지는데 주력했다면, 세상과 담쌓고 분리되기를 바라며 지냈다면, 이제는 담을 허물고 지역 속으로 녹아져야 한다. 높았던 마음을 회개하고 더욱 낮아져야 한다. 차를 버리고 걸으면 그냥 지나쳤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고 가슴에 들어온다. 바울 사도의 증언처럼 주님은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 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다”(빌립보서 2:7). 교회와 성도들도 세상을 품고 낮아져야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성탄의 정신 셋, 나눔이다. 교회를 멀리했던 사람들이나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성탄절에는 아스라이 추억들을 하나씩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과거 성탄절에 교회에서 나누었던 추억들이다. 예배를 드린 후 학생들끼리 둘러 앉아 성탄선물을 나누고, 게임을 하고, 먹을거리를 나누었든지, 새벽에 손을 호호 불면서 봉고차에 가득타고 이집 저집을 다니며 새벽송을 불렀던지, 경찰서 정문 앞에서 유치장을 향해 호기 있게 성탄송을 불렀다든지 하는 추억들이다.
당시에는 교회가 성탄절이 되면 나눔을 실천했다. 헌데 오늘날의 교회는 성탄절이 되어도 썰렁하다. 예전보다 성도가 줄어서인가? 예산이 없어서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누고자 하는 마음, 나누려는 여유가 줄어든 것이다. 그렇지만 본래 성탄정신은 나눔이다. 모두들 이기심에 빠져있고, 자기만족과 쾌락과 향락에 빠져드는 세상을 향해 몸으로 실천하며 외쳐야 할 메시지는 바로 나눔이다.
성탄절에는 나눔을 실천하기에 적기이다. 어떤 교회는 어려운 일이 될지 모르지만 작은 교회들은 연합해서라도 나누어야 한다. 예전과는 달리 현대인들은 불신자들이라도 교회를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교회가 세상을 품고 나눔을 실천한다면 교회 밖의 사람들이 교회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찬양대회나 장기자랑, 성구암송 등 성탄행사
가족 중심으로 전 세대, 한 부모 가정이나 독거노인 가정은 연합하여
빛으로 오신 예수님, 그 빛이 개인마다, 그리고 가정과 사회구석구석에 비치기를 소망하며 성탄행사를 먼저 가정 중심의 행사로 기획하자. 현대와 같이 가정의 가치가 손상되고 가정이 파괴되는 때에는 다른 것보다 가정중심의 행사가 필요하다. 성탄절에는 가족을 중심으로 전 세대가 어울려서 빛을 비추는 일, 낮아지는 일, 나누는 일을 가진다면 교회안의 절기뿐 아니라 주변에도 잔잔한 반향들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가족찬양대회나 가족장기자랑, 가족성구암송 등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한 부모 가정이나 독거노인 가정도 있으니 주변의 가정과 연합하여 출연하게 배려함도 꼭 필요하다.
둘째로 예배를 잘 기획하자. 예배는 자연스러워야지 인위적으로 기획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으나 모든 이들이 참여하며 하나님께 최고의 영광을 돌리는 예배가 되려면 먼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 다음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와 성령의 인도하심을 기대하는 것이다. 연말이 되면 세상 사람들의 현란한 문화가 상점과 거리에, 안방과 손바닥 위의 매스 미디어를 통해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교회는 고지식하게 목회자의 설교와 찬양 한 두곡으로 예배를 드리고 만다. 성탄예배를 잘 기획해서 영감 있는 예배, 잠자는 평신도의 가슴을 두드리는 예배, 흐릿한 사명감으로 여전한 방식으로 신앙하려는 성도들에게 도전 주는 예배를 만들자. 성탄절예배는 우리끼리의 예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주변 사람들을 초청하고, 멀리 떠났던 이들도 초청하여 함께 예배하도록 초청 잔치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로 나눔을 실천하자. 장애우 시설이 교회 주변에 있다면 찾아가 함께 예배드리고 선물을 나누면 좋겠다. 경로당에 찾아가 성탄 트리를 달아드리고, 손으로 직접 만든 목도리나 장갑 같은 성탄 선물을 만들어 전달하면 매우 좋아하신다. 주변의 요양원이나 병원들을 찾아 작은 음악회를 선물로 열어드리면 반가워들 한다. 시설들을 방문할 때는 무작정 찾아가는 것보다 먼저 봉사자들과 충분히 의논하고 필요한 것을 챙겨가는 것이 좋다. 단시간에 소비하는 음식이나 간식 빵 등보다는 오랫동안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선물이 효과적이다. 해외의 선교사들에게 고국의 음식이나 책 음반 시디 등을 담은 선물박스 하나씩 전달하는 것도 의미 있다.
교단 선교국에 문의하면 선교사들을 찾을 수 있다. 교회안의 독거노인 분들을 모시고 온천여행을 가는 것도 좋다. 늘 어두운 방안에 갇혀있던 분들이 교인들이나 청년들이 모시고 나가 국밥도 사드리고 떡 과일을 드리며 온천에 다녀오면 그렇게 좋아들 하실 수 없다. 성탄절에 교회안의 사람들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품고 나가면 좋은 일이 많아진다.
넷째로 기도회나 부흥회 등 영성집회를 열도록 한다. 2014년을 특별한 성과나 소득 없이 그냥 지나게 할 수 없다. 한국교회가 예전처럼 활발하지 못하고 침체하는 것은 기도하지 않고 주일성수와 십일조를 지키지 못하는데 있다고 본다. 연말에 다른 행사도 좋지만 특별새벽기도회, 혹은 작정 밤 기도회, 릴레이 금식기도회 등을 열어 성도들이 영성을 회복하고 재도전하도록 무장시켜 주어야 한다. 찬양가수를 초청하여 연말찬양 콘서트를 열어도 잔잔하게 마음이 회복되고 기도할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된다. 어수선했던 마음이 회복되는 것은 역시 찬양이 최고의 보약이다. 교단 부흥사회 소속 부흥사들을 초청하여 연말 연초에 집회를 열어 성도들이 말씀과 기도로 무장하고 새해를 맞게 하는 일도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료 교역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제언이 있다. 이번 성탄절에 가족들과 조용한 시간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큰 교회 목회자들은 여러 가지 분주한 행사들로 인해,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치열한 목회 경쟁 속에서 마음이 답답해 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은 한적한 레스토랑을 찾아 대화하며 웃고 식사하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한다. 가족들과 음악회를 가거나 극장을 찾는 것도 좋겠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를 골라 하룻저녁쯤은 호사를 누림도 필요하지 않을까? 유람선을 타고 오가면서 저녁 식사를 나눔도 좋은 저녁이 될 줄 안다. 일찍 점심을 한 후 미술관을 찾아 차를 마시고 대화함도 좋겠다.
지혜로운 성도들은 연말에 자기 목회자에게 연말 연주회, 뮤지컬, 예술영화를 보거나 저녁식사에 다녀오도록 티켓을 마련해 준다면 목회자 부부에게 깜짝 선물이 될 것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목회자들이 이번 성탄절에는 세상을 품고 기도하며 설교하고, 목회계획들을 세우는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
최종인 목사(평화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