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은 봄꽃의 전령사이다. 목련꽃이 메마른 겨울을 뚫고 진한 향기를 내뿜으며 커다란 크림색 꽃잎을 피우는 까닭은 딱정벌레를 유인해 제 살길을 여는 생존법이라고 한다.
중학교 2학년 시절, 음악 중간고사 시험을 ‘4월의 노래’로 대신 한다 하여 뜻도 의미도 모른 채 흥얼거렸던 기억이 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 피리를 부노라 / 돌아온 4월은 /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 빛나는 꿈의 계절아 /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박목월 시인, 4월의 시)
금년에도 어김없이 핀 목련꽃을 보면서 메조소프라노 백남옥 씨가 부른 그 노래를 소환하여 부르며 그 시절을 추억한다. 그런데, ‘빛나는 꿈의 계절’과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이 서로 상반되는 것에 눈길이 간다. 왜 화려한 봄을 ‘빛나는 꿈의 계절’ 과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이라 했을까?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편지’(괴테 작)를 보면 주인공 베르테르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괴로워하며 결국 자살하고 마는데, 그래서 빛나는 꿈의 계절이어야 할 봄이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이 된 것은 아닐까? 작가 박목월은 ‘괴테의 소설’과 ‘4월’, 그리고 ‘목련꽃’을 절묘하게 연결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코로나 시절에 맞는 3번째 봄이다. 다행히, 금년 4월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그 기세를 꺾고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각 분야에서 Reopening을 준비한다고 한다. 부활절을 지나면서 대부분 교회도 Reopening에 분주해질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의 상흔은 여전히 교회와 우리 삶의 현장에 깊은 내상을 주고 남아있다.
그들에게는 금년 4월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이다. 목련 꽃잎들은 하나씩 떨어지고, 그 자리에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꽃은 이제 내년 봄에나 나올 것이다. 그때는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은 없고,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불며 생명의 등불을 밝히고 빛나는 꿈의 계절’이 왔다고 노래하는 시절이 되길 기대한다.
남은 봄 동안 목련 나무 그늘에서 4월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괴테의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어야겠다.
淸水 ehc3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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