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에서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50곳’을 선정하여 방영했는데, 1위로 선정된 곳이 미국 서부 아리조나주에 소재한 ‘그랜드캐년(Grand Canyon)’이다. Canyon은 우리말로 협곡을 뜻하는데, 전 세계에 수많은 캐년이 있지만 그 명칭이 Grand가 된 것은 가장 크고 웅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1979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콜로라도강의 침식으로 형성되었는데, 그 규모가 길이 446km(서울에서 부산거리), 폭 6km에 협곡의 가장 깊은 곳의 깊이는 무려 1.6km이다. 그 규모와 크기가 어떠한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곳은 과거 푸에블로족, 나바호족 같은 인디언들의 삶의 현장이었는데, 지금은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그들의 후예들이 살고 있다. 미국을 여러 번 찾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가보지 못한 그랜드캐년을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단단히 준비하고 지난 주간에 다녀왔다.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하여 네바다주, 유타주, 아리조나주를 관통하며 라스베거스. 자이언캐년, 브라이스캐년을 지나 그랜드캐년이다. 그 넓은 지역의 지극한 일부를 버스로 돌아보는 투어(도깨비투어)였지만, 잠시나마 바라본 그랜드캐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거기에는 숨이 멎을만한 하나님의 장엄하고 위대한 솜씨가 있었다. 아찔한 깊이의 협곡, 우뚝 솟은 산, 당당한 봉우리, 아스라한 협곡 아래의 콜로라도 강줄기,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협곡의 다양한 층, 웅장하고 아름다운 신비한 세계를 숨죽이며 볼 수밖에 없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하나님의 광대하심이 치밀어 오르고,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작아져 초라한 흙먼지 하나로 보일 뿐이다. 다녀온 뒤 몇 차례 원고지를 펴 놓았지만, 글 쓴다는 나 자신도 그 위대함과 장엄함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버스에서만 40여 시간 이상 앉아있어 허리통증이 도졌다. 그러나 그 감격에 비하면 그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어오른다.
여행은 세계관을 넓혀 주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넓은 세계관은 목회 리더십을 강화시키는 유익한 방법의 하나이다. 장마 뒤에 찾아온 폭염 속에서 수고하는 우리 교단 지도자들도 넓은 세상을 보면서 세계관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마음 가득하다.
LA에서 ehc3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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