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우리나라의 봄은 꽃샘추위가 계속되다 보니 봄꽃들의 개화 시기가 늦었는데, 어렵게 핀 꽃들마저 뒤쫓아 온 강풍과 추위로 바쁘게 낙화하여 제대로 된 봄꽃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짧은 봄꽃 들의 향연을 보면서 부활의 신비를 깨닫는다.
겨우내 죽은 듯 메마르고 앙상한 가지 끝에서 피어나는 목련, 벚꽃, 개나리 등 봄꽃들의 특이한 개화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연상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영국의 시인 T.S.Eliot은 장편 시 황무지에서 4월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기억과 욕망이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
엘리엇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사회의 황폐함을 상징적으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겨우내 얼어붙은 대지에 봄비가 내리자 죽은 듯한 라일락 뿌리에 생명의 기운이 들고, 이내 라일락이 피어나는 것은 부활의 생명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여겨진다.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모진 고난을 다 겪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몸을 십자가에서 내려 무덤에 묻었다. 돌문으로 무덤은 가려지고 병사들은 그 무덤을 에워 지켰다. 무덤은 이제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얼어붙은 죽음의 땅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사흘 되던 날 새벽, 마치 몇 줄기 봄비가 뿌리를 깨우자 죽은듯하던 라일락이 피어나듯, 얼어붙은 무덤은 여지없이 깨지고 그리스도는 다시 살아나셨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온 땅에 생명이 부어진 사건이다. 부활, 그것은 그리스도의 승리이며 하늘 백성들에게 새로운 날이 도래했음이 선포되는 위대한 순간이었다.
인류 역사에 이처럼 신비롭고, 역동적이고, 아름답고, 놀라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래서 박목월 시인은 4월의 노래에서 “…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 빛나는 꿈의 계절아 /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라고 했을 것 같다.
지나간 겨울, 우리가 딛고 있었던 땅은 계엄, 탄핵, 강풍, 산불 등으로 분열되고 갈등의 골 깊은 얼어붙은 죽은 땅이었다. 이제 부활의 동산에서부터 흘러내린 부활의 생명, 부활의 승리, 부활의 능력으로 봄이 절정을 이루는 4월 ‘생명의 등불을 밝히고, 빛나는 꿈을 이루는 계절’이기를 기대한다.
淸水 서순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