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 더위는 대개 7월 중순경부터 8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여름철 가장 더운 시기를 말한다. 서양에서는 이 시기를 Dog Days(도그 데이스)라 한다.
삼복 더위의 위세는 굳고 단단한 소뿔도 녹아내린다 하여 옛말에 ‘삼복 더위에 소뿔도 꼬부리든다’고 했다. 찰떡처럼 달라붙는 끈적끈적한 습기, 숨 막힐듯한 작렬하는 태양열, 잠들지 못하게 하는 열대야, 게다가 장대비, 폭우, 야멸찬 태풍과 범람, 홍수 등. 박두진은 시 ‘7월의 편지’에서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 새끼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요즈음 삼복더위는 사자 새끼 정도가 아니라 새끼 잃은 어미 사자처럼 사납다.
그런데 여름은 또 다른 얼굴이 있다. 누렇게 익은 보리 이삭에 밭둑은 기름짐이 넘실거리고, 무리진 개망초, 백날을 피고지는 백일홍, 달이 좋아 저녁에 피었다 아침에 지는 밤의 요정 달맞이꽃. 수국, 석류꽃, 나팔꽃, 섬초롱, 그 향기가 100리를 간다는 하얗게 피었다 노랗게 지는 치자꽃 향기, 그리고 여름 끝자락에 나오는 코스모스. 가히 7-8월의 벌판은 찬란하다. 어디 그뿐인가? 여물어 단맛 도는 옥수수. 포도 알갱이는 알알이 들어와 굵어지고, 노란 참외, 자두, 살구, 복숭아, 수박은 더위에 기력 떨어진 이들에게 여름이 주는 선물이다.
또 미역냉국, 된장 풀어 끓인 아욱국은 입맛을 돋우고, 햇감자 삶아 아삭 열무김치 한입 물면 고추는 벌써 빨갛게 익어간다. 게으른 상추밭은 하마 쇠어서 장다리가 섰지만, 그늘 밑에 앉아 뿌연 국물 삼계탕 한 그릇 비우면 더위는 물러가고, 녹음 짙은 숲속 어디선가에서는 딱따구리가 ‘딱 따다닥’ 지루하고 무더운 여름날의 적막을 깨며 가을 오기를 재촉한다. 게다가 비 그친 구름 사이로 떠 오른 무지개는 퍼 붙던 여름이 물러가는 신호 아닌가? 된 여름은 그렇게 두 얼굴로 나타나 우리 곁을 맴돌다 떠나갈 것이다.
복(伏)은 엎드린다는 뜻이 있다. 당분간 삼복더위가 핏대를 올리며 달려들겠지만, 세 번(초복, 중복, 말복) 엎드려 기다리면 더위가 물러갈 것이다. 엘리야는 갈멜산 뙤약볕 아래 엎드려 가뭄든 땅에 단비를 불러왔다(왕상 18:42-45). 그러니 우리도 올여름 엘리야를 배워 납작 엎드리자. 어디 더위뿐이겠는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던 모든 무더위(문제)도 해결될 듯싶다.
淸水 ehc3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