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들어서며 비 오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가을은 제법 깊어 아침과 저녁으로는 찬 기운이 가득하다. 여느 때 같으면 노랗고 붉은색으로 옷 입은 나무들이 화려하고, 설악산 단풍 소식이 들려올 만한데 아직 잠잠한 것도 가을비 때문인 듯하다.
가을은 1년 4계절 가운데 가장 풍요로운 때이다. 봄에 씨 뿌려 여름 내내 가꾼 것들이 열매로 나타나는 이 계절은 수고한 농부에게 땀의 보상으로 풍요로움과 넉넉함을 안긴다.
과수원은 넉넉한 과일 향기로 가득하고, 김장밭은 기름진 푸르름이 넘실거린다. 출렁거리는 황금 들판은 현기증마저 들게 하며, 바닷속 물고기도 이때쯤이면 기름져 실하다. 사람들은 뿌리고, 가꾸고, 다듬고 또 땡볕을 뒤집어쓴 채, 비 오듯 쏟아지는 땀방울을 훔쳐내며 여름 내내 온갖 정성을 쏟아 이 계절에 넉넉하고 풍성한 열매를 얻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늦은 비, 이른 비로 임하신 하나님의 은총이 있었기 때문임을 고백하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농부의 수고에 하나님의 은총이 더해져 이토록 화려하고 풍성한 계절을 맞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땡볕 아래 열심히 가꾸고 일할 때 베짱이는 놀고 지내다 가을에 빈 쭉정이가 되고, 겨울에 추위와 굶주림으로 후회하며 지냈다는 이솝의 우화는 남의 일만은 아니다.
인생의 여름은 결코 길지 않다. 우물쭈물 지내다 보면 어느새 가을이고, 겨울이다. 시간을 아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내가 수고한 것은 무엇이고, 그 수고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주님이 내게 주신 이른 비, 늦은 비는 무엇이고 얼마나 될까?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의 가을이 쭉정이일 수도 있겠지만, 열심히 여름을 살았던 이들에게는 덧셈이 아니라 곱셈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가을은 곱셈의 계절이기도 하다. 여름의 시련을 이겨낸 모든 가슴들은 이미 천국일 것이다.
인내하며, 기도하며, 사랑하며, 감사하며, 말씀 따라 씨 뿌리며 가꾸어 온 모든 성결 가족들에게 주님이 주시는 은총(더하기, 곱하기)이 가득한, 화려하고 풍요로운 가을이 되기를 두 손 모은다.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엡 5:16)
淸水 ehc3s@ha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