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의 계절에 이브 몽땅의 고엽(Autumn leaves)을 듣는 호사를 누린다.
모처럼 만난 친구와 점심식사를 하고 그를 따라간 카페에서 친숙한 멜로디와 이브 몽땅의 낮은 목소리로 흐르는 사랑과 이별,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고엽은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가을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창가의 낙엽이 떨어집니다. 빨갛고 노란 낙엽들이. 여름을 스쳐 간 당신의 입술을 봅니다.
내가 잡았던 당신의 햇볕 그을린 손도, 당신이 떠나고 나니 하루하루가 길게만 느껴집니다.
머지않아 겨울 노래를 듣게 되겠지요. 하지만 내 사랑 당신이 제일 그리울 거에요.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면”
낙엽이 흩날리는 가을의 끝머리, 추수를 끝낸 벌판은 긴 동면에 들어가고 잎사귀조차 모두 떨군 감나무 꼭대기에 까치감이 몇 개 달려있지만, 까치집은 벌써 빈 둥지다.
모두 떠나버린 11월 가을 끝자락.
나태주 시인은 11월을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와 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11월처럼)이라 했다.
이제는 내려앉은 찬 공기처럼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나를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이다.
지난 세월을 펼쳐놓고 내 삶의 흔적을 살피며, 내 삶과 사역의 둥지에 담긴 것을 헤아려 보는 시간이다. 아쉬움과 미련이 많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 싶은데 지난 발걸음은 반듯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흐트러져있고, 빈 둥지인 것이 가슴을 때린다.
그러나, 그런 세월이었다고 한탄하고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새로운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겨울이 오고 있지만 새로운 기회의 계절이 오고 있음을 감사 하자.
아내가 사다 놓은 거실에 있는 제법 오래된 남천나무 잎사귀 사이로 쉽게 볼 수 없는 콩알 같은 붉은 열매가 송골송골 맺혀있다. 밖에는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오고 있지만 이렇게 또 다른 곳에서는 생명이 숨 쉬고 있다.
가버린 세월 한탄하지 말고, 오는 세월 준비하자.
가라 가을이여, 오라 겨울이여!
淸水ehc3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