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달력을 펼치면서 문득 프랑스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 중 만종을 생각한다. 밀레는 일생을 전원에서 살면서 전원의 풍경과 농부들의 모습을 주제로 한 작품을 여럿 제작했는데, 만종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돋보이는 듯하다.
저녁노을이 내려앉고 있는 들판에 멀리서 들려오는 예배당 종소리를 듣고 감자 캐던 부부는 두 손을 모으고 삼종기도를 드린다. 죽은 아기를 땅에 묻고 슬픔에 젖은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라는 평론을 받기도 했지만, 순박한 농촌의 평화로움과 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그림이다.
물감 살 돈조차 구하기 힘든 궁핍한 시절에 그린 밀레의 만종에 담긴 기도는 하루 일과를 무사히 끝나게 해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드리는 기도였으리라. 하루 동안 잘못된 것은 없었는가에 대한 반성의 기도였으리라. 그들의 기도에는 하루의 결산이 담겨 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만종에는 내일을 어떻게 맞이할까? 에 대해 준비하는 기도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결산과 준비가 만종 속에 담겨 있기에 12월을 맞으며 19세기를 살던 밀레의 만종을 다시금 들여다보며 석양에 물든 들판에서 두 손 모으고 있는 부부를 생각한다. 한해를 매듭짓고(결산), 또 펼쳐질 새해의 매듭을 준비하는 일은 참으로 큰 은총임에 틀림없다.
12월은 그런 달이다. 마지막 달력을 보면서 우리가 써야 할 결산서에는 어떤 내용이 기록될까? 우리가 작성해야 할 결산서가 너무 빈약하지 않을까. 세운 계획들이 예상밖의 이유로 인해서 무산되기도 하여 아예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손 놓고 보내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가득하다. 회한과 한숨 그리고 바르지 못한 발자국이 너무 많아 죄송스럽기까지 하지만, 에벤에셀의 하나님께 감사로 결산하면 어떨까?
그리고 새해를 바라보며 준비하자.
더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The Best Has Not Come Yet!!) 또다시 떠오를 해를 바라보며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매자.
가슴 뛰는 설렘과 벅찬 희망으로!
淸水ehc3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