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에서는 2월 15일을 특별한 날로 정해 자신이 지은 죄를 씻어내는 예식인 ‘페브루아(Februa; 정화, 성결) 행사’를 했다. 2월을 뜻하는 February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로마인들은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펼쳐지는 3월을 앞두고, 범국민적인 정화 의식을 행하며 정갈한 마음과 영혼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려 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로마인들의 자기반성과 성찰의식의 윤리는 로마제국의 찬란한 문화를 창출해내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유대인들도 모세가 두 번째 십계명을 받아 내려온 날로 알려진 유대력 티쉬레이월(7월) 10일을 대속죄일(욤 키푸르-Day of Atonement)로 정하여 하루의 곡기를 끊고 참회의 눈물을 쏟으며 국민적인 회개를 했다.(레 16장, 23장) 경건한 유대인들은 지금도 이런 전통을 계승 받아 욤 키푸르를 지키며 히브리 문화를 꽃피우고 있다.
인간의 행복은 하나님, 그리고 사람과의 막힘이 없는 소통의 환경에서 비롯된다. 죄는 하나님과의 막힘을 가져오고 단절을 가져오기에 죄를 털어내야 한다. 스스로를 낮추고 십자가 밑에 나아가 회개할 때 막힘이 무너지고 새로운 은총의 세계가 열린다. 사람과의 막힘 역시 잘못된 언사를 고백하지 못하거나 시인하지 않을 때 결국 관계단절로 이루어지는데, 진정한 자기 고백과 행동이 뒤따를 때 소통이 있는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
예수그리스도의 첫 메시지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마 4:17)였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의 첫 출발점이 죄와 허물에 대한 진정한 성찰과 고백이 전제되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자기 성찰, 성결 등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이며,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시키고 행복한 삶으로 향하게 하는 이정표이다.
이제 입춘(立春)이다. 긴 추위가 우리의 삶을 얼어붙게 하고, 움츠리게 하지만 가만히 귀를 열고 기울이면 멀지 않은 곳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현장과 교회 안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추운 겨울이 어서 끝나고 봄의 생명력으로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봄맞이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봄을 준비하기 위해 정화 의식을 하던 로마인들처럼 우리도 봄을 부르는 삶을 위하여 스스로 Februa(성결)할 수 있어야 한다.
‘오라 나의 봄아, 나는 너와 함께 춤을 출 것이니….’
淸水 ehc3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