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 (봄이 오면, 김동환)
볕 좋은 언덕 아래 수줍게 얼굴을 내민 진달래를 보며, 문득 중학교 시절부터 풍금 소리를 따라 배우고 불렀던 ‘봄이 오면’의 노래가 떠올라 가만히 불러 보았다. 일제 강점의 암울했던 시절인 1931년, 김동환이 쓴 시에 김동진이 곡을 붙여 널리 알려져 봄철이 되면 너도나도 읊조리던 노래이다.
대개 입춘 즈음이면 눈 속에서 파란 봄동이 올라오고, 해토(解土)에서는 여린 쑥이 꿈틀거리고, 제주도에서는 얼음 사이에서 복수초가 나온다. 이어 꽃들의 행진. 거제 해금강 가는 길에는 붉은 동백꽃이 길을 수놓고 섬진강 기슭에는 노란 산수유와 매화, 초등학교 벤치 옆에는 흰 목련, 뒷산에는 노란 영춘화, 제비꽃, 개나리, 그리고 벚꽃이 행진한다.
그런데 화려한 벚꽃은 한바탕 비바람이 치면 속절없이 낙화한다. 그 빈자리를 뚫고 나오는 싸리꽃, 그리고 나오는 진달래. 이어 릴레이 하듯 온갖 꽃들이 여기저기서 피어 나와 온 세상이 꽃 대궐이다. 발에 밟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이 모두 꽃이다.
꽃들은 제가 먼저 나오겠다고 뛰쳐나가지 않고 자기를 다스려 한 걸음씩 나아간다. 남을 눌러 앞자리 차지하려 나서지 않고, 자리를 지키려 고집부리지 않고, 나 여기 있다 떠벌리지도 않는다. 제 알아 피고 제 알아 진다.
꽃들은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을 앞서 이끈다. 그러다가 제 날이 다하면 스스로 고개 떨구고 양보한다. 제 알아 피고 제 알아 지고, 한마디 말도 없이 피고 진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효치 시인은 ‘들꽃’에서 ‘누가 보거나 말거나 피네 / 누가 보거나 말거나 지네 / 한마디 말도 없이 피네 지네’라고 했나 보다.
이런 꽃들을 보면서 떠오르는 말씀이 있다. ‘너는 가난한 사람을 구제할 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마 6:3). 섬김이나 사역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주신 은혜 감사하며 빚진 자의 심정으로 이름 없이 떠벌리지 않고 할 때,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자신에게는 기쁨과 보람이 되는 것이다.
만개한 꽃들을 보면서 사역의 원리를 배울 수 있어 봄날이 더 아름답게 다가온다.
淸水 ehc3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