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삼복더위에 소뿔도 꼬부라든다‘고 했는데, 금년 더위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단단하기 그지없는 소뿔조차 꼬부라들게 하는 작렬한 태양 빛, 찰떡처럼 달라붙는 습기,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 야멸한 태풍, 퍼붓는 장맛비, 홍수, 게다가 잠들지 못하게 하는 열대야. 금년 삼복더위는 새끼 잃은 어미 사자처럼 사납다.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은 밤하늘의 가장 밝은 별 가운데 하나인 시리우스(Sirius)가 빛을 발하면 더위가 오는 때라 여기고 한낮에 나가 일하는 것을 금하고, 시칠리아섬이나 해안가로, 또는 숲속으로 들어가 피서를 했다고 한다.
시리우스를 서양에서는 ’개의 별(Dog Star)‘이라 했고, 동양에서는 이리라는 뜻의 ’천랑성(天狼星)‘이라 한 것을 보면 그만큼 더위가 고약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시리우스가 가장 빛나는 그즈음이 우리나라의 삼복더위 때와 맞물려 있으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사람들의 혜안에 탄복할 따름이다.
말복이 가까워 지면 뙤약볕에 더위 먹은 상추밭은 쇠어서 장다리가 서가고, 녹음 짙은 숲속에서는 겨울 양식을 저장하기 위해 나무구멍을 파는 딱따구리의 ‘딱 따다닥’ 소리가 지루한 여름의 적막을 깬다. 비 그친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무지개, 그리고 빨간 고추잠자리는 해 질 무렵이면 낮게 날아다니며 된 여름이 물러가고 있음을 알린다.
어제는 LA에서 가까운 산타모니카, 말리부 해변을 다녀왔다. 해변 한쪽에서는 축구 하는 젊은이들, 자전거와 조깅 하는 사람들이 여름 바다를 달구고, 푸르른 바다 위에는 서핑과 모터보트,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시원하다. 된 여름이 당분간 남은 더위를 쏟아 내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가겠는가? 시리우스 별빛도 시들고 있으니,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시원한 곳 찾아 복달임(더위 이기는 음식)이라도 하면 어떨까 싶다.
복(伏)은 엎드린다는 뜻이다. 갈멜산 엘리야처럼(왕상 18:42-45) 납작 엎드려 더위뿐 아니라 우리를 힘들게 하던 모든 무더위(문제)도 물러가는 여름의 끝자락이기를 바란다.
LA에서 淸水ehc3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