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천 목사(1916~1965)는 6.25사변 당시 전주교회에 시무하였다. 성도들을 피난시키고, 피난가지 못한 성도들을 돌아보기 위해 아침이 되면 심방을 떠났다. 교패가 붙어 있으면 교파를 초월하여 들어가 하나님이 지켜주실 것을 믿고 조금만 인내하자고 격려했다. 김 목사는 이미 순교를 각오했기 때문에 겁날 것이 없었다.

그는 함경도에서 내려온 젊은 목사라서 저들의 살생부에 첫 번째로 이름이 있었다. 항상 감시 대상이라 불려 다니며 조사도 몇 번 받았다. 9월 어느 날, 공산당들은 전세가 불리하니 퇴각하면서 처형 리스트에 오른 인물은 모조리 처형시킨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어느 집사님이 좇아오더니 빨리 피신하라는 것이다. 너무나 강권하는 바람에 심방가려다 말고 피신을 하다가 도중에 검문을 받았다.
“동무, 지금 어디 가는 거요? 신분증 좀 봅시다” 짧은 순간이 길게 느껴지면서 한편 부끄러웠다.

도망치다 걸렸으니까. 김 목사는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두 인민군에게 목사신분증을 꺼내 담대하게 내 밀었다. “동무! 목사요?” “예, 그렇소” 삶에 미련을 두지 않고 오직 순교의 기회를 주심에 감사하고 있는데 “목사동무, 그냥 빨리 가보시오” 하는 것 아닌가? 조금 전까지 총을 겨누고 겁을 주며 윽박지르던 두 명 중 하나가 갑자기 거수경례를 하며 빨리 그냥 가라는 것이다. 참으로 있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

꼭 순교하려고 목사 신분도 밝혔는데 하나님은 순교를 허락지 않으셨다. 순간 이 말씀이 떠올랐다.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코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마 16:25) 김원천 목사는 정말 놀라운 말씀의 체험을 했다. 그의 아들 삼형제가 모두 진실한 목사가 되어 부친의 목회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