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금년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금년은 참으로 힘겨운 세월이었다. 도덕 윤리도 땅에 떨어지고, 경제는 어렵고, 특히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청년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얻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 청와대 앞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 쳐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목회현장은 시름이 더 깊고, 희망을 잃은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높다.
한 해를 결산하고 새해를 준비해야 하는 마음과 손이 특별나게 바쁜 것도 없는데 쫓기는 기분인 것은 변화의 시대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급변하는 세상에 살면서도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변화를 준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조급함과 불안감 때문일까?
새해에는 또 얼마나 변화될까?
변화를 준비하는 과제 가운데 하나가 ‘버리고’, ‘채우는’ 작업이라고 여겨진다.
시인 엘리어트(T.S. Eliot)는 ‘가득한 사람’과 ‘텅 빈 사람’을 이야기했다.
‘가득한 사람’이란 가져서는 안 될 부정적인 요소들로 채워진 사람을 의미한다. 사무친 억울함, 원망, 끓어오르는 분노, 열등감, 미움의 감정, 잡지 못한 기회에 대한 아쉬움… 등 우리 삶을 어둡게 하는 요소들인데, 결국 이런 것들로 가득 찬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
그리고 ‘텅 빈 사람’이란 행복하고 성공하는 삶을 위해서는 꼭 있어야 할 것들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열정, 겸손, 배려, 용납, 이해, 섬김, 용기, 근면… 등은 삶을 윤기 있게 하는 긍정적 에너지들인데, 그러한 것들이 없는 가슴은 역시 행복할 수 없다.
삶의 부정적인 에너지와 독소는 버려야 하지만 삶을 향기 나게 하는 덕목들은 채워져야 한다.
한 해를 매듭짓고 또 다른 해를 준비하는 12월은 그래서 ‘버리고’, ‘채우는’ 때이다. 삶을 어둡게 하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버리고, 삶을 기름지게 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가득 채우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이고 채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러므로 너희는 하나님이 택하사 거룩하고 사랑받는 자처럼 긍휼과 자비와 겸손과 온유와 오래참음을 옷 입고”(골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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