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후 목사들의 활동 입지는 매우 좁다. 그렇지만 꾸준한 활동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목사들도 많다. 운양교회 김소암 원로목사는 웰다잉 전문지도강사로 노인대학, 요양원, 복지관 등을 오가며 삶과 죽음에 대해 강의한다. 또 본인이 몸담은 성결대학교에서도 젊은 대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목회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고천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하다 지난 2004년 은퇴하며 원로목사가 된 김재용 목사도 (사)함께하는다문화네트워크 이사장으로 또한 원로목사들의 안식처인 백향목교회 운영목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다. 김 목사 스스로가 은혜도 받고 건강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없이 좋은 일이다. 시냇가푸른나무교회(구 봉천교회) 이강호 원로목사도 관악구청교구협의회 대표회장으로, 백향목교회 운영위원으로서의 직분을 감당하며 현역시절 못지않은 열정과 믿음으로 사역하고 있다.
성결대학교내에 자리 잡은 백향목교회는 은퇴한 목사들이 매주일 오후 3시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이곳을 찾는 은퇴목사들은 친교와 함께 교단과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계획하며 새로운 활력소를 만들어 가고 있다. 후배 목사들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교지도 격월간으로 발행하기로 하는 등 내실 있고 알찬계획들을 준비하고 있다.
운영목사를 맡고 있는 김재용 원로목사는 “은퇴한 교역자들과 그 가족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하기 위해 지난 1월 24일 창립예배를 드렸다. 현재 10여명의 목회자 가족들이 주일 오후에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말하고 “은퇴 목사들만 있다 보니 성가대와 반주자가 없어 늘 무반주로 찬양하는 실정이라며 뜻있는 교회와 성도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한 은퇴목사는 “은퇴 후에 목사는 돌보고 베푸는 사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후배목사들과 교회, 교단을 위해 조용히 뒤에서 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퇴목사는 “나이가 들면 잔소리가 많아져 간섭하려는 경향이 있어 교회에서도 은퇴목사는 반기지 않기 때문에 사회복지 계통에서 목회 경험을 살려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고 말한다. 은퇴했다고 뒤로 처져 지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은사를 적극 활용하고 목회자로서의 영적 권위를 나타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총회 평신도국의 조기현 목사는 “현재의 원로 목사들은 과거 6·25 전쟁과 경제적 어려움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희생의 십자가를 지고 사역을 완수한 이들”이라며 “세계 기독교사에서 유례없는 성장을 이룬 것 역시 원로목사들의 헌신에 의한 공적임을 오늘날 교회와 교역자들은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이 부르시는 날까지 원로목사들이 후배 목사들과 목회의 경륜을 물려주며, 교회 및 교단부흥을 위해 사역할 수 있도록 전국교회의 협조와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목사들은 은퇴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은퇴 후에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고민할 겨를도 없이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방환 집사(리코 대표)는 “일이 없는 상황을 인정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지혜롭다”며 “교단적으로 은퇴 목사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그 동안 교회를 위해 수고한 목사들을 위한 위로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로목사에게는 젊은이들 못지않은 은사가 많다. 목회 경험을 활용한 사회복지 활동이나 무교역자 지역에 가서 봉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화 사회에 은퇴 목사들의 활동 영역은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