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태풍, 천둥, 번개 서너개쯤 이겨내고 여름을 지킨 나무들은 넉넉한 두 팔을 벌리고 곱고 향기로운 색깔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북쪽 설악산 대청봉에서 시작된 단풍은 남쪽 지리산에서 그 절정을 드러낼 것이다. 머지않아 만산홍엽을 이룰 것이다. 그리고 고엽(枯葉) 되어 흩어질 것이다.
가을은 물드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덧셈의 계절이다. 수고한 농부에게 풍요로움과 넉넉함을 준다. 과수원은 이미 향 짙은 과일 냄새로 진동하고, 김장 배추밭, 무밭은 기름진 푸르름이 넘친다. 출렁거리는 황금 들판은 현기증마저 들게 한다. 바다 속 물고기들도 이 계절에는 모두 기름져 실하다.
이게 절로 되는 일이겠나? 뿌리고, 심고, 땡볕 아래 땀 흘린 농부들의 수고의 결과이다. 봄부터 여름 내내 가꾸고, 다듬고, 온갖 정성을 쏟은 열매들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수고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였기 때문이다.
따듯한 바람과 햇볕, 이른 비, 늦은 비로 임하신 주님의 은총이 있었기에 풍성한 이 계절을 맞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농부의 수고, 더하기 하나님의 은총이다. 그래서 가을은 덧셈의 계절이다.
이런 이치는 농부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사역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수고한 것이 무엇인가? 얼마나 되는가? 땡볕 아래 열심히 가꿀 때, 베짱이는 놀고먹다가 가을에 빈 쭉정이가 되고 겨울을 추위와 굶주림으로 후회하며 지낸 이솝 우화는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그리고 주님이 더해주신 은총은 무엇이고, 그것은 얼마나 되는가? 내게 주신 이른 비와 늦은 비는 무엇이고 얼마나 일까? 이때쯤이면 그러한 것들을 헤아려보는 시간이다. 헤아려보면 감사는 절로 나온다.
그래서 가을은 덧셈의 계절이지만, 감사의 계절이기도 하다. 코로나로 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맞는 가을이기에 주님이 주시는 은총이 더욱 클 것이다.
인내하며, 기도하고, 사랑하고, 기뻐하며 감사로 씨 뿌리며 이겨낸 모든 성결 가족들에 주님이 주시는 은총(더하기)이 가득한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ehc3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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