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폭설과 한파가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고통으로 인심조차 각박한 겨울 한복판인데, 계절조차 폭설과 한파로 뒤덮인 겨울 한복판이다. 수년 만에 찾아온 연이은 폭설과 한파는 우리를 가슴까지 시리게 한다. 5-6일 간격으로 내린 기습적인 폭설로 온 도시가 꽁꽁 얼어붙어, 코로나바이러스로 얼어붙은 사람들을 추위로 내몰고 있다. 게다가 체감온도 ?20°를 오르내리는 한파는 뼛속까지 시리게 한다.
지금은 겨울 중에서도 한겨울이다. 계절의 겨울이기도 하지만, 시대의 겨울, 환경의 겨울이며, 교회와 목양의 현장도 겨울이다. 개중에는 인생의 겨울을 지나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한풍에 몸이 움츠러들고 있다.
그러나 겨울이라고 움츠러들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봄이 가까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봄은 희망과 꿈을 꾸면서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천재 시인이라 불리웠던 셜리(P. B. Shelle)가 200년 전인 1820년에 발간한 시 「서풍에 부치는 노래」란 시가 있다. 5장으로 된 제법 긴 시인데, 그 마지막 장인 5장 맨 마지막 구절에
“예언의 나팔을 불어다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어찌 봄이 멀었으리요.”
란 시구가 있다. 서풍은 자연적인 계절의 순환을 의미하기도 하고, 암울한 시대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하고, 시인 스스로의 쇄신을 말하기도 한다.
일기예보가 주일 저녁부터 또다시 20cm가 넘는 눈폭탄을 예고하며, 기온은 영하 10°를 오르내릴 것을 알린다. 연이은 폭설과 한파에 뼛속까지 시린 계절의 겨울,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환경의 겨울, 정치적 파행으로 인한 시대의 겨울, 그리고 교회의 목양 현장에 불어 닥친 한파를 지나면서 셜리의 「서풍에 부치는 노래」를 읊조리는 것은 봄을 준비하는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눈 덮인 산야, 움츠러들게 하는 겨울 한복판에서 머지않은 봄을 희망과 꿈을 세우며 200년 전 셜리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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