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고 꽃이 피는 2월이다.
이파리도 떨구지 않은 채 푸르게 겨울을 지켜온 동백이 빨간 꽃잎을 내밀며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는 것도 신비스럽지만, 그것이 어찌 벌거숭이 맨몸으로 찬 겨울을 이겨 맨살 가지 끝에 곱디고운 꽃잎을 피워내는 매화(梅花), 그것도 설중매(雪中梅)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저만치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겨울바람 뒤로, 산비탈에 쌓인 눈들이 스르륵 녹아내릴 때 즈음이면 죽은 듯 숨죽이며 한풍(寒風)을 이겨낸 매화가 꽃잎을 드러낸다.
게다가 갓 나온 여린 꽃잎 위에 눈이라도 내려앉은 설중매(雪中梅)는 강인한 생명과 희망의 신비를 주고 있다.
햇살이라도 비치면 제 몸을 짓누르는 겨울을 털어 내느라 눈물 뚝뚝 흘리는 설중매는 봄이 어서 오기를 기도하는 경건함 마저 묻어있다.
시인 유선진이 「2월이 오면」 이란 시에서 “새해의 들뜸은 1월에 양보하고/봄 입김의 설렘은 3월에 넘겨주고”라며 2월을 노래했듯이, 2월은 겨울과 봄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2월이 다른 달과 비교하여 두어날 모자라는 까닭이 어쩌면 봄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인지 모르겠다.
새봄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한풍(寒風)으로 지루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고의 세월을 뚫고 눈보라 속에서도 피어 새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는 설중매를 생각하며 코로나바이러스가 없는 진정한 봄날이 속히 오기를 두 손 모은다.
또다시 남쪽에 대설 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다.
지금쯤 바다가 보이는 남쪽 어느 산비탈에는 흰 눈이 내리고, 땅 밑 어느 곳에서는 여린 쑥이 꿈틀거리고, 동백꽃이 피고, 그리고 인동(忍冬)의 세월을 이겨낸 설중매가 피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봄이 또 오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없는 진정한 봄날도 그렇게 올 것이다.
올 2월에는 남쪽으로 내려가 매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설중매라면 더 좋겠다.
淸水 ehc3s@hanmail.net
.gif)
(2).jpg)
.gif){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