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영 목사 [새소망교회 / 서울남지방회장]
한국에서 2004년부터 실시된 주 5일제가 확대 적용되면서 주말에 가족끼리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이 일상화되었지만, 여전히 긴 노동 시간으로 인해 주중에는 가족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우리는 쉼을 위해 노동하지만, 노동을 위해서도 쉼이 필요하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 20:8). 이것은 십계명의 제4계명이며, 창세기 1-2장의 창조 이야기를 근거로 한다.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은 엿새 동안 세상을 창조하시고, 일곱째 날에 안식함으로 창조를 완성하셨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독교는 하나님을 닮은 인간도 또한 주기적으로 안식해야 한다고 가르쳐왔다(출 20:11).
출애굽기 20:22-23:19에 나타난 언약법전은 자유인에게 왜 일곱째 날에 노동을 멈추라고 명령하는가? 그것은 결코 자유인을 명령이 아니라, 종과 나그네, 가축까지도 쉼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종을 소유한 자유인이 스스로 노동에 참여했을까? 종이 스스로의 의지로 쉼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노동 중단’이라는 계명은 매우 급진적인 조치였다. 이 명령은 자유인에게 불편을 감수하라는 요구였고, 동시에 쉼을 누릴 수 없는 약자들에게는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일곱째 날에 쉬고”, “일곱째 해에 땅을 경작하지 말라”는 명령은 공동체적 상생의 정신을 반영한다.
프레타임은 언약법전 속 하나님을 ‘사회 정의에 깊은 관심을 가지시는 분’으로 설명한다. 이스라엘공동체는 거룩함과 정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묻고 숙고해야 했다. “우리는 어떻게 거룩한 백성이 될 것인가?”, “일상의 삶 속에서 어떻게 거룩한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
언약법전은 약자라 할지라도 쉼과 삶의 권리를 보호받아야 한다고 선언한다. 그들에게 쉼은 최소한의 권리였으나, 스스로는 그 권리를 실현할 수 없었다. 약자는 강자의 구조 속에 예속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성경은 자유인에게 노동을 멈추라는 신의 명령을 통해 약자도 ‘쉼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세계인권선언 제24조에는 “모든 사람은 합리적인 노동 시간의 제한과 정기적 유급휴가를 포함하여, 휴식할 권리와 여가를 즐길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브라울릭은 이 조항이 신명기 5:14의 정신과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노동권의 토대가 성경의 가치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한국의 근로기준법 제54조 1항은 “근로시간 중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제55조 1항은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 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4년 이후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었고, 2014년부터는 공휴일이 주말과 겹칠 경우 대체공휴일을 지정하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이는 대부분 월요일로 지정되며,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법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떠한가? 많은 목회자들과 교회 직원들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근무하고, 월요일 단 하루만을 휴일로 보낸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교회 안에서도 ‘대체공휴일 제도’가 적용되고 있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교회가 노동자의 쉼을 존중하는 공동체라면, 구성원이 제대로 쉴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대체공휴일을 지정하고 준수할 필요가 있다. 쉼은 단순한 권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됨의 회복이며, 공동체 안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태초에 인권이 있었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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