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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나의 삶
은퇴 후 나의 삶
2017-03-10 오후 3:02:00    성결신문 기자   


임세빈 목사 (안양지방 참빛누리교회 원로)    

가끔 은퇴한 친구들에게 “요즘 무엇하고 있어?” 하고 안부를 물으면 “방콕!, 할 일이 있어야지~.” 하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100세 시대를 살다보니 70에 은퇴해도 10년에서 3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어찌 그 많은 날들을 ‘방콕’이나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이젠 주변에 노후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 졌다. 그래서일까? 은퇴를 앞둔 후배 목사님들이 내가 사는 집을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은퇴 후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은퇴 후 노후의 삶을 어떻게 하여야 할까?’에 대한 정답은 나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주님과 동행하는 하나님의 사람이라면 주께서 함께 하시고 그 걸음 인도하시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마 28:20). 

1. 은퇴 준비 

나는 일찍부터 주일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아 헌신했었다. 신학 공부하기 전에는 초등학교 교사로, 신학 공부를 시작한 후에는 주일학교 교사와 어린이 교육 선교단체에서, 그리고 성결대학교를 비롯한 몇몇 신학교에서, 때로는 부흥사로, 때로는 교수로, 때로는 강사로 활동하며, 주일학교 교육과 관련된 수 십 권의 책을 저술 했으며, 서울 은평구의 성은교회, 구로구의 구로중앙교회, 안양의 참빛누리교회를 개척하여 시무했다. 

내가 은퇴를 생각한 것은 60세 초반이다. 몇몇 교단에서 주일학교 교사 연합 집회 강사로 초청받았다가 나이를 물어와 60이라 했더니 며칠 후 젊은 강사로 교체하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것도 한곳이 아닌 몇 곳에서 같은 연락을 받았다. 

교파를 초월하여 몇 십 년 동안을 유명세를 타며 활동하고 있던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평생을 사명으로 알고 해 온 사역인데, 나이 때문에 이제는 그 일을 내려놓아야 한다니~. 몇 달을 고민하던 나는 모든 강의 활동을 접기로 결심했다. 물러 설 때가 되었는데, 내가 분수를 몰랐던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의 강의와 각종 교사 강습회 및 교육 세미나 강사활동을 모두 정리하고, 은퇴할 때 까지 남은 기간을 목회에 전념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교회 건물이 낡고 비좁아 새로 건축해야 한다는 몇몇 열정 있는 성도들이 모임 때마다 교회를 건축하자고 졸라댔다. ‘교회 건축을 위하여 준비된 재정이 없으니 교회당을 건축하려면 빚을 얻어야 하는데, 나는 결코 성도들과 후임자에게 몇 십억의 빚을 물려주지는 않겠다.’고 역설했으나 성전을 잘 지어야 부흥한다고 성전을 짓자고 주장하는 분들의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60대 중반의 나이에 빚을 얻어 교회를 건축한다는 것은 바른 생각은 아니다. 그렇다고 피곤할 정도로 교회 건축을 부르짖는 열정 가득한 성도들의 목소리를 외면 할 수만도 없었다. 나는 하나님 앞에 이 문제를 놓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교회의 더 나은 부흥을 위해서 조기 은퇴를 결심 했다. 은퇴(隱退)란 사전적 의미는 ‘이제까지 하던 일에서 물러나 일을 멈추고 쉬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은퇴 한 후 그동안 사역 하느라 고생했으니 남은 여생을 편안히 쉬면서 여행도 하고 여가도 즐기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볼 때 그림의 떡이요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교회를 크게 부흥시킨 목회자라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노후 생활을 위한 경제적인 자립이 쉽지가 않은 것이 현실 아닌가?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다. 

나는 은퇴를 준비하며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는 교회에서 멀리 떠나자는 것이다. 은퇴한 원로목사님들이 내가 개척하고 섬기던 교회이니 여기서 뼈를 묻겠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로인해 교회에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자신과 후임자 모두에게 상처가 되어 아파하는 교회가 많은 것을 보았기에 나는 멀리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경제적인 자립이다. 목회자들은 노후 연금으로 생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니 무언가 일을 해야 경제적으로 도움 되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 어떤 일을 할까를 생각하다가 국민일보에서 강원도 고성 쭛 목사의 ‘표고버섯 재배를 통한 은퇴 후 생활 준비’에 대한 기사를 보고, 몇 번 현장을 방문하여 살펴보다가 교통 체증, 겨울에 쌓이는 눈 등등의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고성으로 가는 것은 포기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표고 버섯재배로 신 농민상을 탄 정쭛쭛 씨의 기사를 보고 그분이 살고 있는 충남 청양으로 찾아가 대화를 나누며 확신을 얻어 청양에 가서 표고버섯을 재배하겠다는 생각으로 청양에 집 지을 땅을 찾았으나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맹지를 구입하는 바람에 집을 짓지 못했다. 결국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마련하게 되었고, 은퇴 후에 하기로 마음먹고 준비하던 표고 버섯재배는 여건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2. 은퇴 후의 나의 삶  

● 벼농사와 효소 담기 
은퇴 후 처음엔 논농사도 했고, 밭에 ‘산양 삼 재배’도 시작 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은 언제나 그랬듯이 많이 달랐다. 600평의 논에서 일 년 동안 농사짓고 얻은 소득은 불과 몇 십 만원 뿐 이었고, 밭에 심은 삼 또한 지나고 보니 허상이었다. 그리고 당시 효소 열풍이 불어 너도 나도 효소를 찾을 때 우리 밭에 있는 민들레, 씀바귀, 쑥 등등 20여 종류의 온갖 몸에 좋다는 산야초를 뜯어 저온 숙성고에 가득 담아 놓았으나 그 또한 한때 유행으로 그쳤다. 이런 저런 시행착오 끝에 현재 내가 재배하고 있는 주 농작물은 ‘울금’과 ‘아로니아’ 이다.  

● 울금 재배 
울금은 한 의학에서는 강황 이라고도 불리 우는 생강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울금은 병충해가 없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유기농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사람 키 보다 더 크다보니 다른 작물에 비해 잡초도 많이 나지 않아 재배하기가 편하다. 그러나 울금은 캐고 나서 가공하기 까지가 힘 든다. 울금은 건강식품으로 탁월하다. 항암, 항균, 항염 작용을 하는데다 피로회복에도 탁월하다. 소화액을 분비하여 소화를 촉진하니 변비에도 좋고, 더더구나 노인성 질환중 하나인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내가 논농사, 밭농사 일로 힘든 육체노동을 하면서도 피로를 모르고 일 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울금 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는 나 때문에 울금을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이제는 울금 연구회가 생겼고, 회원도 몇 십 명에 이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도 건강식품으로 울금을 꼭 권해드리고 싶다. 혹시 재배할 장소가 있으면 꽃도 예쁘고 잎도 보기 좋으니 화초라고 생각하고 몇 포기라도 재배해 보시면 가을에 가서 뿌리도 캐서 건강식으로 먹을 수 있으니 좋을 것이다. 
 
● 아로니아 재배 

나는 다시 밭에  King’s Berry, 곧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란 별명을 가진 ‘아로니아’를 심었다. 늙어가면서 힘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고려하여 선택한 유실수이다. 아로니아는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고 눈 건강에 탁월하다. 스마트 폰, TV, 인터넷 등, 각종 영상물을 많이 접촉하며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눈에 피로를 많이 느끼기에 아로니아는 없어서는 안 될 좋은 식품으로 알려지기 시작 했다. 작년에 처음으로 아로니아를 조금 생산했는데 찾는 이가 너무 많아 생산한지 며칠 만에 모두 팔려 나갔다. 

● 비누 만들기 
비누는 농산물을 판매하며 고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선물하려 만든 것인데, 찾는 이가 많아져 개발한 제품이다. 울금을 원료로 한 미용비누, 아토피나 피부질환 개선에 도움을 주기위해 만든 어성초 비누, 두피보호나 두발 건강을 위해 어성초와 자소엽, 녹차 등을 원료로 해서 만든 두피비누 등이다.   

● 문해 학교 교사 
 내가 은퇴 후에 하고 있는 일 가운데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문해 학교 교사가 되어 글을 모르는 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이다. 평생을 가르쳐 왔기에 가르치는 일에 익숙하기도 하지만, 특히 노인들을 모아 가르치는 것은 특별하기 때문이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침략, 6.25 동족상잔의 비극 등 민족의 가장 아팠던 고난의 시기에 태어나 찌든 가난 속에 살면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해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세대가 70대 이상의 노인세대들이다. 소외감과 외로움, 우울증, 무기력감 등에 시달리며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살아가던 노인들이기에 노인 자살률이 전체 자살자의 30%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글학교에 다니는 노인들은 글을 배우고,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도전 골든 벨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니 꿈과 희망을 말하고 마냥 행복해 한다. 

3. 은퇴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은퇴란 영어로 ‘Retire’ 이다. 그동안 사용하던 자동차 바퀴가 낡아 새것으로 바꿔 끼고 새 출발하는 것처럼, 은퇴 후에 새로운 삶을 위해 새 출발하는 것이 은퇴란 말이다. 맞는 말이다.  

은퇴 후에도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더더구나 목사에게는 은사가 많다. 고학력자인데다 평생을 가르치고 전하는 일을 했으니 은퇴 후에도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은퇴하기 전에 평생교육에 관한 자격증을 많이 따 놓기를 권장한다. ‘평생교육사’, ‘사회복지사’, ‘문해교사’, ‘노인심리상담사’, ‘독서지도사’, ‘한글교사’, ‘숲해설사’, ‘관광가이드’ 등등 인터넷을 열어 검색하여 자기 적성에 맞는 자격증을 많이 따 두면 일자리를 얻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시청이나 구청, 또는 대한 노인회 등에는 시니어 클럽이라고 해서 65세 이상 된 노인들에게 일자리도 만들어 주고, 창업 지원도 해준다. 재능이 있다면 재능 교실을 열어 보람을 찾을 수도 있다.  

 4. 글을 정리하며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백세 가까이 살아보니 65세에서 75세의 나이가 인생의 황금기 였다고 회고 했다. 생각이 깊어지고, 행복이 무엇인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는 시기로, 알고 보면 인생의 절정기는 철없던 청년기가 아니고, 인생의 매운 맛, 쓴 맛 다보고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를 음미할 수 있는 60대 중반에서 70대 중반기라는 것이다. 나는 목회자가 은퇴 후에 살아가는 모습도 성도들에게는 큰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성실하게, 부지런히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언제나 희망을 말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주님 앞에 서는 날까지 나는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어둔 세상에 빛이 될 수 있다면, 썩어가는 세상에 소금되어 살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할 것이다. 은퇴 후 몇 년을 살아보니 우리 하나님은 언제나 나와 함께 하셨고, 내 걸음을 인도하고 계셨다. 나를 시랑하시는 주님과 함께하는 노후의 삶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할렐루야! 
기자 : 성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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