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한 목사 [포도나무교회 / 대전지방회장]
성장을 멈춘 교회. 청년과 주일학교를 잃은 교회. 교단을 초월한 미자립 교회의 비율.
사람들이 교회를 향해 위기를 경고하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경고한 현상적 위기보다 더 심각한 위기는 성도들이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목회자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삶의 변화가 없는 기독교에 대해 세상의 평가는 냉정합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 위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변화와 믿음을 오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에 열심히 나오면, 교회에 헌신하고 있으면 우리는 변화되었다고 말합니다. 종교적 열정과 헌신, 봉사로 인해 믿음이 좋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문제는 주님은 종교적 열정과 헌신을 변화라고 참다운 믿음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성경을 보면 이스라엘의 종교적 헌신과 예배를 하나님은 인정하지 않으셨습니다(사 1:10-15). 말라기서에서는 누가 성전 문을 닫아달라고 할 정도로 그들의 예배를 고통스러워하셨습니다(말 1:10).
눈에 보이는 현상적 위기도 분명 위기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위기, 본질적인 위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복음의 위기이며, 주님과의 관계의 위기입니다. 복음의 위기와 관계의 위기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복음에 대한 왜곡된 이해, 신앙에 대한 왜곡된 이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푸신 다음에 자신이 생명의 떡인 것을 말씀하시면서 하신 내용입니다. 본문에서 예수님의 살과 피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의미하며(참고 마 26:26-28),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다’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믿는 것’을 말합니다(요 6;29, 35;40).
그런데 주님의 십자가를 의지하는 믿음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우선 본문 53절에 나오는 ‘먹는다’와 ‘마시다’ 단어는 단순 과거형입니다. 헬라어에서 단순 과거형은 어느 한 시점에서 한 번 일어난 행동을 나타내기에 이 구절은 우리가 처음으로 예수를 믿을 때를 의미합니다.
우리 인생에 어느 한 시점에서 우리 죄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발견하고, 우리의 죄 용서와 구원을 위해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을 나의 구주와 주인으로 영접하는 믿음입니다. 이런 믿음이 있을 때 우리에게는 생명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성경은 이것을 거듭나는 믿음이라고 말합니다.
반면에 본문 54절과 56절에 나오는 ‘먹다’와 ‘마시다’라는 동사는 현재형입니다. 헬라어에서 현재형은 지속적인, 반복적인 행동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54절과 56절에서 ‘먹고 마시는’ 믿음은 우리의 삶에서 날마다 지속적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우리의 왕이신 예수님을 믿는 믿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현재형 믿음이 56절에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우리가 주님 안에 거하며 주님이 내 안에 거하는 주님과 친밀한 관계와 열매 맺는 삶(요 15장)을 가능하게 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참된 믿음과 주님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않으면 우리는 현상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혹 현상적 위기를 극복하는 것처럼 보여도 하나님 앞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참다운 믿음은 십자가에 달리신 우리의 왕이신 주님과 지속적인 친밀한 교제 가운데 우리의 뜻과 욕망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만을 전하며(고전 1:23)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만을 알기를 구했던 것입니다(고전 2:2). 주님이 말씀하시고 사도 바울이 지속적으로 추구했던 참다운 믿음의 회복을 통해 본질적 위기를 극복하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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